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방안과 관련해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라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초과이익 부담금 규모가 여전히 과도해 재건축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가 모의 계산한 결과, 지난달 말 발표된 ‘재건축초과이익 현실화 방안’이 시행되면 지방 재건축 아파트(지난 7월까지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곳)의 가구당 평균 부담금은 종전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평균 8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인천도 기존 760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62% 감면된다. 반면 서울은 2억3900만원에서 1억4600만원으로 낮아져 감면 폭이 39%로 비교적 작은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강남권, 한강변 등지의 재건축 ‘대어’ 아파트들은 여전히 수억원대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7억7000만원, 성동구 성수동 장미는 4억7700만원,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은 4억5000만원의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았다.
정비업계에선 초과이익 부담금 감면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초구 A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다주택자이거나 장기 주택 보유자가 아니면 여전히 높은 부담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라며 “50%로 유지되는 최고 요율을 25% 수준으로 내리고, 초과이익 산출 시 적용되는 정상 주택 가격 상승률을 현실화해 초과이익 산출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 보유자 감면 혜택이 오히려 재건축 조합 내 불화를 일으켜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억대 세금을 내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형평성 문제로 대립하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73개 재건축 조합이 뭉친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을 ‘사업시행인가일’로 더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