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즈에 와있습니다. 재즈가 들리시나요? 오토캐드로 잘 알려진 오토데스크가 이곳 뉴올리언즈로 전세계 고객들을 초청해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주력 상품들을 설명하는 엑스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설계 소프트웨어업체에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변신중인 오토데스크에 대해서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저는 자리를 옮겨서 여러분께 오토데스크의 사업 전략과 실적 전망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행사의 이름은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라고 합니다. 전세계에서 오토데스크의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약 1만명 가까이 초청했다고 합니다. 유니버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걸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CEO의 기조연설이었는데요. 키워드는 CONNECT(연결) 그리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이었습니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기업들이 디지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업무 프로세스가 단절된 채 각자의 업무가 고립된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객들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이점을 깨달아야 할 때라는 겁니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오토데스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생산성을 끌어올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짠 하고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오토데스크 포마(건축·엔지니어링·건설 분야), 오토데스크 플로(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오토데스크 퓨전(설계·제조) 등 3가지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클라우드는 작업 구상부터 완성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오토데스크 포마’는 건물 시공 시 설계부터 구축을 거쳐 운영까지 필요한 빌딩정보모델링(BIM)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합니다. 오토데스크 플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 시 콘셉트부터 최종 결과물을 내놓을 때까지, 오토데스크 퓨전은 제조 분야에서 설계 등 전체 제품 개발 주기를 관통해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잘 감이 안 오시죠? 이 분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스티브 블럼 오토데스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업들은 부서와 지역을 넘나들며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술을 원한다”며 “신제품은 이런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곳곳에 흩어져서 일하게됐죠. 미국은 특히나 넓은데 시차도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죠. 부서 내에서도 그렇고, 부서와 부서간에 협업도 그렇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정보들이 다 분절돼있다는 겁니다. 이걸 클라우드에 올려서 전체 업무프로세스를 통합하면 제품의 구상부터 생산, 완성 후 관리까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고, 데이터를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토데스크는 기업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 플랫폼 업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015년 ‘포지(Forge)’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보인데서 출발했습니다. 개별적으로 각기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하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기능을 갖고 있죠.
오토데스크는 이때부터 구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월별, 연간, 다년간 등으로 다양하게 구독료를 내고 프로그램이나 플랫폼을 이용하게 한 거죠. 이후 계속 이 플랫폼에 계속 투자를 해왔고 이번에 3개 산업별 클라우드를 내놓으면서 DX 플랫폼 업체로 변신에 보다 구체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토데스크는 어떤 회사인지 한번 살펴보시죠. 나스닥 상장사이면서 28일 기준 시가총액 412억달러(약 59조원)입니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1982년에 설립돼 40년이 된 회사입니다. 직원수는 1만2600명이며, 주요 제품은 제조·건설·엔터 산업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입니다. 예를 들어 퓨전 360, 레빗 등이죠.
주요 고객들은 이렇습니다. 오토데스크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업, 건설건축업계, 미디어엔터업계에서 굉장히 많은 기업들이 고객이라고 합니다.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 테슬라, 포르쉐, 나사, 에어버스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월트 디즈니, 아마존 스튜디오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실적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에는 매출 성장률이 27.2%였고, 2020년과 작년에는 15%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15%대 성장을 기록한거죠. 재택근무하며 협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DX를 돕는 상품이 잘 팔렸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수주 잔액은 31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4.6% 증가했습니다.
그럼 회사의 가이던스를 살펴볼까요? 오토데스크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며 올해 연간 매출을 48억8500만~50억3500만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전년보다 약 14%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거죠.
이곳에 와서 CFO를 만나 실적 전망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데비 클리퍼드 오토데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도 수요는 견고했고 구독 비즈니스 경력은 탄탄했다"며 "우리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달러 강세의 역풍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실적 목표를 달성을 위해 순항중"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음에도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DX를 위해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투자는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네요
다만 매출 성장률이 27%에서 15%, 15% 그리고 14%로 내려가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월가는 오토데스크의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번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에 참석했던 애널리스트 두명이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명은 바이를 한명은 셀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오토데스크가 플랫폼으로 변신을 선택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플랫폼 사업의 주력 부문의 성장 속도는 2배 이상 빠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오토데스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성장세 둔화라는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뉴올리언즈에서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