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정의 심리처방] 식사도 명상처럼

입력 2022-10-02 17:33
수정 2022-10-03 00:10
다이어트 심리에 대해 강의하면서 ‘식사는 명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바로 명상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챙김’이다.

첫 번째, ‘무엇을 먹느냐’는 음식의 선택을 말한다. 식사한다는 것은 음식이 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다. 내가 선택해서 먹은 음식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소화돼 내 몸의 세포를 구성한다. 따라서 음식 선택은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해야 한다. 내 몸에서 요구하는 음식, 그리고 기분을 좋게 하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이기도 하다. 먹으면서 살찐다고 걱정한다면 포만감을 느낄 수 없고 식사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가끔은 금기 음식을 허용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음식을 안 먹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그 음식에 대한 강렬한 식탐은 참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환자가 있었다. 다이어트할 때 라면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참다가 결국 자기 직전에 끓여 먹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어떻게 먹느냐’는 개인의 고유한 식사 행동을 말한다. 식사 기도, 명상, 예쁜 식기, 향기 나는 향초, 분위기 있는 조명, 함께 먹는 사람들, 먹을 때 분위기 등은 몸과 마음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먹는 음식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에서 주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마음챙김 식사인데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라면을 먹고 있다면 그 라면의 맛에 집중하는 것이다. 먹고 싶은 욕망과 맛에 대한 감각이 잘 조화될 때 ‘라면 명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음식의 재료를 충분히 씹으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해보라고 권유한다.

명상의학에서는 비슷한 의미에서 ‘건포도 명상’으로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습관성 과식을 치료한다. 마음챙김 식사는 식사 시간을 명상으로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식탐이 사라지게 도와주며,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나 비만을 예방해준다.

정신과 의사로서 비만클리닉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살을 잘 뺄 수 있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음식과 사이좋게 지내고 나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 다이어트의 기본은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몸과 마음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나 자신이 알고 있다면 다이어트도 그만큼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라도 다이어트가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사랑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식사 시간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명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