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 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업대출 잔액은 692조3669억원으로 전달(681조6676억원)보다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작년 12월 말(635조8789억원) 대비로는 56조원 이상 늘었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올 들어 본격화된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주요 자금줄인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6일 연 5.551%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7일(연 2.011%)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금리는 연 10%를 웃돈다.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1.405%까지 치솟았다. 작년과 비교해 3%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회사채 발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2조82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3546억원)보다 61.8%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5조9579억원)과 비교해서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기업대출 금리는 연 4.46%로 전달보다 0.34%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7월(연 4.54%) 이후 8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연 4.23%로 0.39%포인트,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연 4.65%로 0.29%포인트 올랐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대출 금리는 최고 연 7%를 돌파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사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원자재 수입을 위해 은행 대출을 신청했지만 공장 땅과 건물이 담보로 잡혀 추가로 제공할 담보가 없다”며 “연 6~7% 수준의 신용대출이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