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로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인천의 하락세는 6대 광역시 중 가장 두드러진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9월 마지막 주 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에 비해 0.31% 떨어졌다. 전주(-0.29%)보다 낙폭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9월 마지막 주 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 폭은 -0.31%로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컸다. 이어 대전(-0.29%), 대구(-0.26%), 부산(-0.20%), 광주(-0.18%) 순이었다.
집값 하락세를 이끄는 건 신도시와 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신축·준신축급 아파트들이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내 ‘3대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우미린더시그니처, 금호어울림센트럴, 호반써밋1차 등(전용면적 84㎡)은 지난해 초만 해도 분양권이 7억~8억원대 시세를 형성했다. 2019년 초 4억원 안팎이던 시세를 감안하면 1~2년 새 최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출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자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2월 7억4050만원으로 거래된 우미린더시그니처(20층)는 올 4월엔 4억9060만원(17층)으로 2억499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8월 7억9440만원(4층)까지 올랐던 금호어울림센트럴은 올 5월엔 직거래로 4억427만원(22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9개월 만에 3억9013만원(49.11%)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단기간에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매수세가 사라지자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천 일부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풀었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인천 아파트 매물은 정부의 규제 완화 직전인 지난달 20일엔 2만6666건이었지만 이날 기준으로는 2만7530건으로 3.2% 증가했다. 앞으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 하반기 이후 인천 지역 입주 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인천의 분기별 적정 아파트 입주 물량은 3703가구로 분석되고 있는데 올 3분기에만 1만19가구가 공급됐고, 4분기엔 8472가구가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8962가구, 1만3673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미 인천의 8월 미분양 물량은 1222가구로 전월(544가구)에 비해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주택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자 공인중개사무소 폐업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게시판엔 인천 지역 사무소를 매매한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에만 71곳의 인천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신고 개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67곳에 그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