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몸값이 최대 4조원에 이르는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GS·칼라일 컨소시엄,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 등과 인수를 놓고 격돌하게 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메디트 인수전에 참여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메디트가 축적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이를 제조에 접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메디트 인수전에는 이미 ㈜GS·칼라일 컨소시엄, KKR, 또 다른 글로벌 PEF인 CVC 등을 비롯한 총 네 곳이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SK텔레콤의 ‘깜짝 참전’으로 인수전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는 평가다.
메디트는 국내 토종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2000년 창업했다. 국내 PEF인 유니슨캐피탈이 2019년 말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장 교수도 2대 주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이번 매각에 대한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매각 측의 희망 매각가는 100% 지분 가치 기준으로 4조원 수준이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망 조직을 신설하는 등 해외 영업을 적극 확장한 결과다. 유니슨캐피탈이 인수했던 2019년 72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906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TDA)은 같은 기간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구강스캐너 분야에서 메디트는 3위권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메디트가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 보형물 제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참여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온 GS그룹과의 인수 전면전이 펼쳐지게 됐다. SK텔레콤은 인수합병(M&A)을 총괄하는 사업개발팀이 이번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지난해 휴젤 인수의 주역이자 그룹 오너가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팀이 인수전을 이끌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