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맞붙은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건설이 단지 내 상가 임대가 안 될 경우 롯데시네마, 롯데마트를 대거 입점시키겠다고 제안하자 대우건설은 이주비를 최소 10억원 대출해주겠다는 파격 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30일 한남2구역 조합에 이 같은 내용의 사업 조건을 제시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남측 노후 주택가를 재개발해 1537가구 아파트를 짓는 한남2구역 사업은 공사비가 7900억원에 달하는 데다 부촌으로 변신할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라는 상징성 때문에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를 책임 조달하고 조합원들에게 담보인정비율(LTV) 150%의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담보대출 한도인 LTV 40%에 추가로 110%를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으로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지분 평가액이 낮아 대출이 10억원에 못 미치는 조합원에게도 10억원을 대출해줄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남동을 비롯해 용산구 신축 아파트 전셋값을 감안해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이에 맞서 이주 완료 후 4개월 이내의 빠른 착공과 대우건설(43개월)에 비해 짧은 37개월의 공사 기간을 제시했다. 여기에 상업시설 임대가 안 될 경우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등 계열사를 동원해 2년간 책임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조합원 분담금을 입주 4년 뒤에 납부하고, 입주 시기까지 금융 비용을 롯데건설이 부담하는 방안도 내놨다.
단지 설계안을 둘러싼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비슷한 옥상 구조물을 선보였고, 롯데건설 역시 해외 설계사를 동원해 호텔 콘셉트의 고급 상업 빌딩급 외관 설계를 제안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장외 비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구역 안팎과 온라인에선 대우건설의 설계 조감도를 놓고 “인허가를 받기도 힘든 허황된 그림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롯데건설에 대해선 “롯데캐슬 아파트에서 비가 샌다”는 등의 비방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