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株 변신?…율촌화학의 '수상한 주가'

입력 2022-09-29 18:00
수정 2022-09-30 01:38
농심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이 1조4800억원가량의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라면 등의 라면 봉지와 라면박스를 만드는 회사가 2차전지 소재로 변신해서다.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공급 계약 전에 오너일가가 지분을 대거 매각한 데다 공급 계약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자 내부자거래 의혹이 번지고 있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지분 31.94%)와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지분 19.36%) 등 특수관계자가 58.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율촌화학은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51%(750원) 내린 2만9150원에 마감했다. 전날 22.24%(8550원) 내린 2만9900원에 장을 마친 이 회사 주가는 이틀 동안 24.18%(9300원)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전날 이 회사가 ‘대박 계약’을 맺은 만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율촌화학은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와 10억420만달러(약 1조4871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배터리를 감싸서 양극재 음극재를 보호하는 핵심 소재다. 계약 기간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계약 규모는 작년 매출(5387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쇼와덴코 등 일본 업체가 독식한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국산화 및 양산화했다는 점에서 이 회사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형 파우치 관련 설계 및 기술 지원, 연구개발(R&D)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율촌화학을 지원했다.

율촌화학이 이처럼 2차전지 소재를 개발한다는 소식은 올초 나왔다. 하지만 개발 성공 여부는커녕 공급계약 소식은 시장에 흘러나오지 않았다. 반면 주가는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7월 4일 장중 1만8450원까지 내려갔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7일(3만8450원)까지 두 배 넘게 뛰었다. 주가를 밀어올릴 재료가 없지만 급등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급계약이 미리 유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춘호 창업주 부인인 김낙양 여사가 주가가 치솟은 이달 1일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 44만150주를 매도한 영향이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주가 등락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갖고 공시한 건 아니고 관련해서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