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지만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이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모두 역대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두 달 연속 월 600건대에 머무는 ‘매매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규제 완화책에도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이달 넷째주(지난 26일) 기준으로 한 주 전에 비해 0.20% 떨어졌다.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지난 21일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직후 이뤄졌다. 국토교통부는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방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수도권 중에선 경기 파주, 동두천, 양주, 안성, 평택 등 외곽 5개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어줬다.
규제 해제 수혜지마저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진 상황이다. 수도권은 0.25% 떨어져 역대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지방 역시 0.16% 내려 역대 최대 하락폭을 갈아치웠다.
수도권 외곽 5개 지역은 평택(-0.20%, 전주와 동일)을 제외하고 모두 내림폭이 커졌다. 양주는 전주 -0.39%에서 -0.47%로, 파주는 -0.19%에서 -0.26%로 확대됐다. 안성(-0.04%→-0.07%) 동두천(-0.26%→-0.35%) 등도 규제 완화 효과를 찾기 어려웠다.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지방 광역시(-0.22%→-0.23%)와 지방 8개 도(-0.08%→-0.09%)도 내림폭을 키웠다.
서울은 0.19% 떨어져 1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 주(-0.17%) 전보다 낙폭이 커졌다. 2012년 12월 3일(-0.21%) 후 최대 낙폭이다. 노원(-0.33%)·도봉(-0.32%)·강북(-0.19%) 등 일명 ‘노도강’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에선 송파(-0.23%) 지역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 강남구(-0.10%)와 서초구(-0.05%)도 침체가 이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커져 주요 관심 단지 위주로 매물 가격이 내렸다”고 말했다.
거래 가뭄 현상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55건으로 집계됐다. 신고일(계약일 이후 30일 이내)이 아직 남아 있지만 두 달 연속 600건대의 역대급 거래 가뭄이 예상된다. 지난달 거래량은 작년 월평균 거래량(3495건)의 5분의 1 수준이자 8월 빌라 거래량(2123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달 거래량도 239건에 불과하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발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져 규제지역 완화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