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역외 시장에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위안화 가치가 축소된 게 중국 수출을 확대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곳곳에서 소비 침체가 잇따라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은 전날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2647위안을 기록했다. 역내(외환시장)·역외 시장을 구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치를 찍었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영국 국채 매입을 발표하자 달러 강세가 완화되며 위안화 폭락도 잦아들었다.
역내 시장에서도 위안화 약세가 지속됐다. 이날 인민은행은 위안화 역내 환율이 달러당 7.11위안이라고 고시했다. 개장 후 달러당 7.25위안까지 치솟으며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에만 가치가 4% 쪼그라들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민은행의 강경책도 강(强)달러 앞에선 무력했다. 인민은행은 전날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끌어올렸다. 위안화 약세가 잡히지 않았다. 중국 은행이 선물환 거래할 때 거래액의 20%를 인민은행에 예치하게 해 위안화 약세에 투기하는 기회비용을 늘려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취지였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3%가량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평균 하락률을 넘어선 상태다. 중국이 다른 주요 국가들과는 달리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성장 둔화 조짐에 지난달부터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안화 약세에도 중국의 수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세계 수요 둔화라는 악재로 인해 중국의 수출이 축소될 거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가격이 인하돼 가격 경쟁력이 증대된다.
경기침체가 통화가치 하락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SCMP에 따르면 올겨울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을 대비해 유럽에서 중국산 난방제품 수입이 급증했지만 수출 실적 개선을 이끌지는 못했다. 올해 1~8월 중국산 전기담요가 유럽연합(EU), 영국 등에 수출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고, 중국산 히터는 47% 증대됐다.
하지만 전체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8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넉 달 만에 한 자릿수로 크게 떨어졌다.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에 그쳐 7월(18%)보다 부진했다. 영국의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가계 지출 위축 등으로 경기침체 지속되며 중국 상품 수요가 내년에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의 루이스 쿠이츠 애널리스트는 “무역 전망은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에 더 좌우되기에 위안화 약세가 중국 수출을 크게 신장시키지 못할 것이다”라며 “향후 몇 달간 중국은 수출 둔화와 계속되는 내수 부진의 충격을 상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해상 운임도 급락했다. 글로벌 수요 약화를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해운 조사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40피트 컨테이너 운임 3779달러로 떨어졌다. 3개월 전의 절반 수준이며 작년 동기 대비로는 11% 하락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해상 물류가 특수를 이루는 성수기에 해상 운임이 오히려 하락했다. 해운사와 물류업체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은 듯하다고 우려하는 중이다. 왕숴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도 “앞으로 6개월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