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서한을 보내 한국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며 인권을 침해했다고 28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날 테라폼랩스는 WSJ에 성명서를 보내 “루나 사태가 매우 정치화됐으며 한국 검사들이 불공정한 수사로 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라폼랩스 측은 “암호화폐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아 한국 자본시장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검찰은 루나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이익을 기대하고 금전을 투자해 대가를 받는 형식의 ‘투자계약증권’으로 간주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했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손익이 귀속되는 방식의 증권이다.
테라폼랩스 대변인은 “한국의 재무관리자 사이에서 최근 암호화폐를 달리 해석하는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겠으나 업계 대부분이 그렇듯 우리는 루나가 절대 증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검찰이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증권의 법적 정의를 확대 해석했다”고 비난했다.
권 대표는 국내산 암호화폐인 테라 및 루나를 개발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루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때 세계 10위를 넘나들며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테라와 루나가 동반 급락하며 일주일만에 99%가량 폭락했다.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특가법상 사기 및 유사 수신 혐의로 고소했다.
권 대표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현지 경찰이 이를 부인해 현재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권 대표는 지난 21일 SNS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며 도피 의혹을 부인했다.
인터폴은 현재 권 씨의 도주 정황이 명백하다고 보고 적색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도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과 공조하고 있다. 테라폼랩스 측은 해외 도피 의혹을 받는 권 씨의 소재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테라폼랩스 대변인은 “권 대표와 그의 가족을 향한 신체적 위협이 계속됐기 때문에 그의 위치를 문제는 수개월 간 사적인 일로 취급됐다”며 “한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그의 자택에 주거침입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