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준이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동(洞) 단위가 아니라 필지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뒤 이달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일정 면적 이상 토지 거래 때 허가받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준이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지자체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허가구역을 지정·해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법정동이 아닌 생활권역이나 경제권역 등으로도 세분화해 지정할 수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법정동 단위로 지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기와 관련이 없는 지역까지 토지구역허가구역으로 묶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토부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최소지역으로 경계 설정’ 등의 문구를 수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토지의 법률적 최소 단위인 필지로 관련 문구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깜깜이 지정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시 면적의 9.2%에 해당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7.29㎢),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14.4㎢), 영등포·양천 등 주요 재건축단지(4.57㎢)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2023년 예정된 잠실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 사업에 일부 포함된 대치동 등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동 전체의 30%가량만 사업과 연계되는데도 대치동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이유에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 목적으로만 매입할 수 있다. 대치동 한 주민은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여건이 좋지 않은데 규제까지 엮여 있어 재산을 처분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하지 않은 인근 지역이 반사이익을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강남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매매 거래 건수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대치동·청담동의 올해 아파트 계약 건수는 129건인 데 비해 지정을 피한 반포동·서초동 매매 건수는 357건에 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서초구의 경우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올 들어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일부 지역이 규제에서 벗어나면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