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한 지 8일 만에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와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여)에게 각각 징역 8년과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30일 남편 B씨(50)의 집에서 남편의 지인 C씨(40) 등과 술을 마시던 중 남편에게 "혼인 신고를 취소해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이를 거부하는 남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C씨와 함께 티셔츠와 철사 옷걸이를 이용해 남편의 입을 막고, 전기장판 줄로 손과 발을 묶은 채 폭행했다.
벽에 머리를 부딪힌 B씨는 목이 꺾인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이내 숨이 멎었지만, A씨는 생명을 잃어가는 남편 옆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A씨는 뒤늦게 "사람이 누워 있는데 숨도 안 쉬고 몸이 차갑다"며 신고했지만, 피해자는 머리손상 등으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A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해 A씨와 공범 B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또 상해치사 범행과는 별개로 현주건조물방화, 공동주거침입, 특수재물손괴 등의 범죄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두 개의 사건을 병합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들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이 함께 처벌받았을 때와 형평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허위 신고를 한 뒤 범행 흔적을 지우는 등 죄를 감추려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사죄하고 반성하는 점과 양극성 정동장애가 범행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