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인 평택 캠퍼스 3라인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인 ‘M15X’를 건설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고 있지만 업황 반등을 노린 ‘역발상 투자’로 미래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반도체 공정은 반도체를 만드는 전 공정과 반도체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웨이퍼를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 테스트, 패키징 등 7단계를 거친다. 이 중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 공정은 기판에 도금이나 에칭(식각) 작업으로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노트북, TV 등에 사용하는 휘어지는 절연기판인 플렉서블(FPCB)의 경우 말려있는 소재 특성상 제조공정이 까다롭다.
일반 반도체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과 휘어지는 소재를 다루는 플렉서블(FPCB) 장비는 20여 년 전부터 국산화해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PCB 장비의 경우 기판을 수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롤러가 접촉하면서 마찰 등으로 기판에 손상을 입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10년 전 수평이 아닌 수직 형태로 PCB를 생산하는 장비가 개발됐다. 그러나 FPCB의 경우 기판을 수직 형태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충남 천안의 반도체 PCB용 장비 제조기업인 하이쎄미코(대표 한민석)는 국내 최초로 수평 방식이 아닌 수직형으로 FPCB를 제조하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FPCB를 수직으로 세워 회로를 만드는 현상 작업 및 에칭 공정을 할 수 있다.
이송 벨트 상하부에 특수 집게를 달아 FPCB를 세웠을 때 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기술을 적용했다. 집게에 위치 센서를 장착해 자동으로 필름을 잡고 풀어주는 등 안정적으로 이송할 수 있게 도와준다. FPCB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이송 벨트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수평형 장비의 경우 회로 폭이 30㎛(1㎛는 1000분의 1㎜) 이하는 생산이 어려웠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수직형 장비는 최대 9㎛까지 가능하다. 수직 벨트 형태로 제품을 이송하기 때문에 물기나 이물질 제거도 용이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대표는 “반도체 시장이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패키징 공정에서도 초미세화 회로를 요구하는 고객사의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래 반도체 시장 수요에 맞는 장비를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지그 장치가 필요 없는 롤투롤 방식의 FPCB 기판 처리장치’ 특허 등록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양산을 본격화했다. 이 회사는 경남 창원의 반도체 패키징용 FPCB 제조기업에 1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마치고 연말 첫 장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 중견기업에 비접촉형 수직형 PCB 제조 장비를 납품해 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대표는 “반도체 제조 기술이 첨단화하면서 반도체 장비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며 “국내 장비 공급을 시작으로 FPCB를 제조하는 중국, 대만,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