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올해 하반기 가장 뜨거운 노동법 개정 이슈가 됐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은 국회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가 노동 3권을 침해하고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노조가 불법 쟁의행위를 감행해도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그럴듯하다. 헌법상 기본권 보호, 약자 보호 등 익숙한 프레임에 맞춘 설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모순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과연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불가능한가’이다. 우리 노조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쟁의행위 절차 요건이 특별히 엄격하지 않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한을 제한하는 나라로 거론되는 영국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 준수를 요구한다. 직접적인 절차만 봐도 찬반투표 관리관을 따로 선임해야 하고, 양식에 맞는 투표용지를 사용해 우편투표를 해야 한다. 조합원 수를 엄격하게 계산해야 하고 절차 대부분을 사용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점도 영국 제도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쟁의 찬반투표는 4주 동안만 유효하고, 쟁의행위 개시 7일 전까지 관련 사항을 사용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한다. 반면 우리 노조법은 사전에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정도만을 요구할 뿐이다. 노동조합의 지도에 따라 쟁의행위를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존중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차이가 없다. 쟁의행위 시에 폭력이나 파괴, 무단 점거는 불가피하다는 노동계의 법질서 경시 태도와 그릇된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 쟁의행위는 당연히 합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손해배상 청구액이 많은 것은 그만큼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불법 파업 당시 회사 측 추산 손해액은 약 8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배상청구액은 470억원에 불과했다.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고객과 거래처, 나아가 주주와 채권자에게까지 연쇄적으로 그 피해가 미친다. 이 법은 기업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도록 강제한다. 반면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를 권장하는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 8개를 보면 상당수 법안이 폭력이나 파괴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을 때도 면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헌법상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법치주의 훼손과 시장경제 질서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란봉투법 같은 해외 입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지 않는다.
약자 보호, 노동권 보호 등의 근거는 명분이 있고 주장이 선명하다는 매력이 있다. 법 이름도 감성적이다. 하지만 그 명분에 가려진 실재와 본질을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이미 배상 청구가 금지돼 있다. 노조법 제3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법 개정안은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손해를 유발해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쟁의행위가 과격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유독 많다. 이 법이 통과되면 파업이 더욱 과격해지고 그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노사관계의 혼란은 자연히 기업 포기와 외국인 투자 감소를 가져오고 결국 고용 감소와 경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법치주의 훼손과 불법 파업 조장이 이 법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