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대신 침…유럽도 놀란 동운아나텍 '당 측정기'

입력 2022-09-27 17:25
수정 2022-10-06 16:06

당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피를 뽑아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에 국내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운아나텍은 피가 아니라 타액(침)으로 몸속 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 정확도가 높으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없앤 당 측정기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피 아닌 침으로 당 측정 지난 19~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당뇨학회(EASD)에서 동운아나텍의 침 기반 측정기기 ‘디살라이프(D-SaLife)’의 임상 결과가 구두발표 논문으로 선정됐다. 매년 9월께 열리는 EASD는 130여 개국 의료 관계자 약 2만 명이 참석하는 세계적 권위의 당뇨병 학회다. 이번 구두발표는 EASD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민경완 을지대병원 교수가 직접 10분간 발표했다. 현장에 있던 장인수 동운아나텍 이사는 “침 속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법, 혈액 대신 침이라는 검체를 사용했을 때의 결과값, 샘플 수 등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며 “전문의, 산업체, 병원 관계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 주어진 발표시간을 꽉 채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당 측정은 몸에 바늘을 찌르는 자가혈당측정기(BGM)로 이뤄진다. 당뇨는 꾸준히 혈당을 측정하며 관리해야 하지만 매번 채혈 부위를 바꿔가며 바늘을 찔러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겪는 불편이 크다. 패치를 피부에 붙여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을 투입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도 있지만 피부 부작용과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혈액이 아닌 침 안에도 당이 있다. 하지만 농도가 55배가량 묽고 다양한 이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측정이 쉽지 않다. 동운아나텍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로 이를 해결했다. 미세전류를 활용해 고민감도 타액 당 측정기를 개발했다. 측정 방법도 간단하다. 7㎝ 길이의 타액수집기를 20~30초가량 물고 있기만 하면 된다. 이후 타액을 검사지에 떨어뜨리고 리더기에 나오는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유럽·미국 시장 적극 공략”핵심은 정확도다. 민 교수가 국내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한 결과, 환자 전원의 결과값이 병원 계측기로 측정한 값의 오차 범위 내에 들어왔다. 동운아나텍 관계자는 “통상 오차 범위 10% 내에 들어와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날 수 있다”며 “디살라이프는 114명 중 76명이 오차 범위 5% 이내 구간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동운아나텍은 지난 13일 식약처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인증을 받기도 했다. 다음달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 수를 더 늘려 본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3분기 상용화가 목표다.

동운아나텍은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전당뇨인(정상보다 당 수치가 높지만 당뇨로 진단되기 전의 상태), 가족력을 지닌 정상인도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있다. 기존 당 측정기에 비해 사용법이 간단해 소아 당뇨병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외 기업들도 동운아나텍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EASD에서 동운아나텍은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와 첫 미팅을 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해외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EASD 참석은 해외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디살라이프의 정확도는 수치로 증명 중이며 앞으로도 연구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