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가처분 심리가 28일 열린다. 이날 당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심의안을 검토한다. 가처분과 윤리위 징계 여부에 따라 여권이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이 전 대표가 신청한 3·4·5차 가처분 사건을 일괄 심리한다. 3·4차 가처분은 각각 국민의힘 당헌을 개정한 전국위원회 의결의 효력 정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 등이 주된 내용이다. 5차 가처분은 비대위원 임명의결 효력 정지와 비대위원 6인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가 골자다.
법원 심리를 하루 앞둔 27일 국민의힘은 가처분 결과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선 가처분 인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법관 출신인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3~5차 가처분 심리는 지난달 법원 결정의 동일한 연장선에서 가처분 대상만 바뀐 것이라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비대위 좌초 등 지금의 당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가처분을) 기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처분 인용으로 비대위가 좌초되면 여권 혼란은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정 위원장은 “(인용 시) 3차 비대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어렵다”며 “‘주호영 원톱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대위 체제를 밀어붙인 ‘친윤(친윤석열)계’에 당내 반발이 거세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입당한 지 1년도 안 된 이용호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40% 가까운 표를 받았을 만큼 당내에 친윤 세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며 “이번 비대위마저 좌초되면 친윤 퇴진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혼란 수습’이란 명목 아래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추가 징계 여부도 변수다. 18일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 등에 빗대 비판한 것을 두고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당원권 정지 3년’부터 최대 ‘제명’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당초 윤리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7일까지 이 전 대표에게 출석 요구 공문을 보내지 않아 관련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가 가처분 사건 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다 추가 징계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법적 조치도 예상되는 만큼 윤리위가 고심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