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80조 쏟아붓고도 출산율 0.75명…포퓰리즘 아닌 과학 기반한 정책 필요"

입력 2022-09-27 18:04
수정 2022-09-28 01:09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의 방향 대전환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인구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인구 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정부 각 부처의 인구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부처들을 좀 더 강하게 조율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이끌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일부 저출산고령사회위 인사를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서형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 이른바 제2국무회의를 각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정례화해서 단체장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발제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향’ 발표를 듣고 국무위원들과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토론에 앞서 “국무위원들도 어느 한 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인 만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인 아이누리어린이집을 찾았다. 이곳에서 학부모, 보육교직원, 관련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부모급여 도입,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 및 어린이집 환경 개선을 국정과제로 정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가정의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