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확정했거나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도 증인 신청에 가세하며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인 망신 주기 행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달 국감에 출석할 일반 증인 11명과 참고인 7명 등을 채택했다. 다음달 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삼성 스마트폰, 세탁기 불량 조치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질의를 위해 증언대에 선다. 정탁 포스코 사장은 태풍 관련 포항제철소 침수 대응에 대해 증언한다.
다음달 6일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감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윤진호 교촌 대표 등이 소환된다. 의원들은 △프랜차이즈에 진출한 사모펀드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 문제 △배달앱 플랫폼과 음식점주 상생협력 방안 △네이버 페이 및 치킨업계 현황 등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인을 확정한 행정안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환노위는 이날 기업인 증인 22명, 참고인 21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배달라이더의 산업재해 신청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증정품 발암물질 검출 논란’과 관련해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도 최익훈 현대산업개발 대표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등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가 줄소환된다. 행안위에선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 대응 관련 질의를 위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중고 거래 사기와 관련해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정무위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장을 모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대기업 총수는 증인 명단에 없지만 상당수 상임위가 지금도 증인채택 절차를 밟고 있어 소환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한 곳에서만 증인 채택을 검토 중인 기업인이 96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원태 전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42명의 기업인을 부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대표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대표 등의 증인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의 기업인 증인채택은 17대 국회 52명(연평균)에서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에서 ‘기업 총수 호출 자제’를 요청했지만 CEO를 국감장에 앉히고 현안과 관련해 질타하려는 여야 정치권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습관성 호출’ ‘망신 주기용 증인 채택’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유정/맹진규/양길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