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쇼크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번지면서 국고채(국채) 금리도 일제히 치솟았다. 시장 지표물인 3년 만기 국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4.5%를 돌파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는 등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349%포인트 오른 연 4.548%에 거래를 마쳤다. 3년 만기 금리가 연 4.5%를 넘어선 것은 2009년 10월 28일(연 4.510%) 후 12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루 상승 폭이 0.3%포인트 이상 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채권시장이 ‘발작’했다는 의미다. 3년 만기 금리는 지난 22일 연 4%를 넘어선 이후 불과 3거래일 만에 연 4.5%를 넘어섰다.
5년 만기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치솟았다. 5년 만기 금리는 0.370%포인트 상승한 연 4.563%로 마감했다. 5년 만기 금리가 연 4.5%대로 진입한 것은 2011년 2월 9일(연 4.510%) 후 11년7개월 만이다. 10년 만기 금리는 0.223%포인트 오른 연 4.335%를 기록하면서 3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은 지난 22일 이후 3거래일째 지속됐다. 금리차는 0.107%포인트에서 0.213%포인트로 벌어졌다. 통상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초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0.179%포인트 상승한 연 4.023%로 마감했다.
이 총재가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은 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10월) 금통위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과 관련, “시장의 금리가 지금 조정되고 있다”고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 이후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