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만다라’와 ‘국수(國手)’로 잘 알려진 김성동 작가가 수개월간 암투병 끝에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947년 충남 보령 출생인 고인은 한학을 공부하며 성장했다.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965년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해 10년가량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남로당으로 활동한 탓에 연좌제 문제가 불거지자 문학인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첫 단편소설 ‘목탄조’로 1975년 ‘주간종교’를 통해 등단했지만, 이로 인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당했다. 조계종은 소설 내용을 문제 삼아 고인이 정식 승적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적 처분을 내렸다.
속세로 돌아온 김 작가는 1978년 ‘한국문학’ 공모에 중편소설 ‘만다라’로 당선됐다. 이 작품은 이듬해 장편으로 출간돼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만다라는 출가 6년째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하던 수도승 법운이 지산이라는 파계승을 만난 뒤 수도 생활에 변화를 맞는 과정을 그렸다. 법운의 수행과 방황을 통해 한국 사회 병폐와 세속적인 불교를 비판한 작품으로 1970년대 화제의 도서가 됐다. 1981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다. 1992년부터 프랑스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국수’와 ‘꿈’은 김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국수는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 부터 연재한 이후 27년 만인 2018년 6권으로 완간했다.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예능인과 인재들이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꿈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불교신문에 연재한 소설이다. 젊은 승려 능현과 여대생 희남의 사랑과 구도(求道)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고인은 2019년 해방 공간에서 좌익운동에 투신한 부모와 연좌제에 시달린 가족사를 고백하는 자전적 단편 세 편을 묶어 소설집으로 내놓기도 했다. 생전 이태준문학상(2016), 현대불교문학상(2002·1998), 신동엽창작기금상(1985) 등을 받았다. 빈소는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7일.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