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플랫폼 기업도 글로벌로

입력 2022-09-25 17:46
수정 2022-09-26 00:25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하면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고속 성장 중이다. 특히 e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연간 평균 50%에 육박하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국인의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한편 야당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재차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번 국회에서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등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배달 3사 대표와 플랫폼 이용 자영업자를 직접 만나는 치킨집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자율 규제를 우선 추진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요즘 이들을 규제해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입점 상인들을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바일 혁명에 탑승해 벤처로 시작, 적자를 감안하면서 한창 성장 중인 4차 서비스 산업에 족쇄를 달아 디지털산업 생태계와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플랫폼 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주력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는 현시점에서는 자율규제를 우선 권고하고 동시에 사회적 감시와 소비자를 통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크게 유튜브 네이버 같은 정보 인프라 플랫폼, 아마존 쿠팡과 같은 e커머스 플랫폼, 배달의민족 무신사 같은 서비스 플랫폼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이들 다양한 플랫폼 유형 특성에 맞춘 맞춤식 규제를 만드는 것은 향후 과제다. 그리고 플랫폼은 생태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작은 규제나 충격에도 생태계가 급격히 파괴돼 버릴 위험도 존재한다. 플랫폼 강국 중국은 플랫폼 사업을 육성해 4차 산업혁명 주도국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양성, 역동성, 개방성, 확장 가능성이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규제를 서두르기보다 좀 더 시장의 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은 최종 소비자는 물론 사업자인 셀러(이용자)들이 입점하는 ‘양면 시장’이라는 특성이 있다. 우수한 사업자가 많이 입점할수록 플랫폼의 매력이 커지면서 소비자도 증가한다.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는 기본적으로 상생 파트너 관계다. 물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강력한 집객력을 확보해 갑질의 유혹을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다. 시장의 70% 이상을 가진 빅3 업체가 공고해지는 시점이 이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을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면 아직은 규제가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다. e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작년 말부터 네이버, 쿠팡, 쓱닷컴 등 빅3가 시장의 50% 매출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산업에서 ‘빅3의 법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빅3 시장이 안정성, 수익성, 고객 만족도 면에서 가장 잘 결합한 구조이며 이는 시장이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로 해석된다.

셋째,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선두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중학생 수준 규모를 가지고 있다. 먼저 작년 국내 1위 소매, 물류기업으로 등극한 쿠팡은 22조원의 거래액으로 e커머스 시장의 21%를 점유하고 있다. 작년 3월 미국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현재 시가총액은 40조원으로 주가는 정점 대비 2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마존 1700조원, 알리바바 300조원, 쇼피파이 51조원을 감안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e커머스 세계 4강 규모로 성장한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로 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서비스 기업은 플랫폼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