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시즌 1에만 한화 6300억원의 역대 최다 제작비를 들인 드라마 '힘의 반지'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가 실망이 된 분위기다. 경쟁작으로 비교됐던 HBO의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 비해 인기가 절반밖에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도 드라마가 출시하자마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앱 사용자가 2배가량 늘었다가 최근에는 출시 전으로 다시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격차 2배 된다"21일(현지 시각) 미국 연예 매체 '더 랩'(The Wrap)이 데이터 분석업체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 프리퀄인 '힘의 반지'의 9월 3주차 드라마 TV 시청 수요는 전주 대비 1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드라마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전주 대비 13% 올라 1위를 지켰다.
패럿 애널리틱스의 TV 드라마 시청 평균 수요보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수요는 55.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1위를 기록했다. 월초 49배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힘의 반지'는 출시 첫 주인 9월 1주차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계속 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TV 시청 수요는 평균치의 34.8배에서 최근 30배로 떨어졌다. 9월 내내 2위를 지키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의 '변호사 쉬헐크'보다도 내내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패럿 애널리틱스는 소비자 조사, 스트리밍, 다운로드, 소셜 미디어 등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합해 TV 시청 수요를 파악한다.
'힘의 반지'와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똑같은 프리퀄과 대작으로 출시 전부터 이목이 쏠렸으나, 투입된 제작비를 감안하면 '힘의 반지'의 성과는 매우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부작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회당 2000만 달러, 총제작비 2억 달러로 우리 돈 약 2700억원이 들었다. 8부작인 '힘의 반지' 시즌1은 총 4억6500만 달러, 한화 6300억 원으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약 2.3배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블랙워싱(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등장인물을 과도하게 흑인으로 설정하는 추세를 비꼬는 표현) 등 각종 논란에도 출시하자마자 '힘의 반지'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동향에 더랩은 "한주만 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왕좌의 게임' 프리퀄의 수요는 '힘의 반지'의 두배가 될 것"이라면서 "두 드라마의 행적이 계속될 경우 HBO가 승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韓에서 사용자 2배로 올랐다 최근 다시 제자리로
국내에서도 '힘의 반지'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집계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는 가장 최근인 21일 앱 일일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가 2537명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가입자 수를 나타내진 않으나 앱 이용자를 통해 특정 작품의 인기를 알아보는 데 유용하다.
그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앱의 국내 이용자 수는 2000명, 많으면 3000명 언저리에서 움직여왔다. 그러다 한국시간으로 2일 '힘의 반지'가 출시되면서 4126명으로 전날(2843명)보다 45% 오르더니, 3일에는 481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가장 최근에는 '힘의 반지' 출시 전인 2000명대로 내려왔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는 국내에서만 2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동원돼 국내 팬덤도 해외 못지않다. 아마존이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을 드라마로 만들고, 천문학적 제작비를 투입할 것이라는 소식에 국내 팬들의 기대도 매우 컸다.
하지만 기존 영화나 원작 소설에서 느꼈던 바를 재현해주길 바랐던 팬들에게는 실망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원작 소설 팬카페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네이버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는 최근 드라마가 원작을 크게 훼손했다면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캐릭터 설정과 관련된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야기 전개가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아 "원작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다"라는 혹평도 나온다.
전개나 구성 자체가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게시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반지의 제왕 드라마 갤러리에는 "점점 더 빨리 감기 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그냥 서사가 재미없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새로운 팬 흡수도 미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가진 넷플릭스와 비교해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40대에 이르는 핵심 연령층 흡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대가 문제다. 20대는 OTT에서 핵심 고객층이다. 넷플릭스 사용자층에서도 약 30%를 차지하며 가장 많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에도 그간 약 40~50% 비중으로 가장 많은 계층이다. 20대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일일 MAU 수는 그간 1000명대에서 움직이다 '힘의 반지'가 국내 출시하기 전날인 1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오름세를 보이며 3일 2162명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1000명 초반대로 떨어진 모양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본래 가입자 비중도 크지 않은데다 현저한 변화가 없는 50대 이상과 달리 30대와 40대의 이용자 추이도 넷플릭스와 확연한 모습을 보인다. 넷플릭스의 경우 30대와 40대 MAU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두 연령대가 500명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다 8월 말부터 갑자기 40대 이용자 수가 하락하면서 분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