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복 공무원' 고마움 알리는데 40억 쓰겠다는 보훈처

입력 2022-09-24 11:10
수정 2022-09-24 11:27


국가보훈처가 내년에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공무원(MIU·Man In Uniform)’에 대한 감사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40억원을 쓰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제대군인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의료·직업훈련·전직지원금 등 예산은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제복 근무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알리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실질적 지원 대신 일회성 홍보에 혈세를 과도하게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내년도 보훈처 예산안을 보면 보훈처는 신규 사업인 ‘MIU 감사 캠페인’에 40억원의 외부 용역비를 책정했다.


항목별로는 공익광고물 제작·집행에 10억2000만원을 투입한다. 영상 3편 제작에 4억5000만원을 들이고, TV 광고에도 4억5000만원을 쓰기로 했다. 유튜브와 SNS, 포털사이트 배너 등 광고에도 4500만원이 들어간다.

MIU 감사 캠페인을 위한 콘텐츠 개발·제작에는 17억원을 쓴다. 방송사와 연계한 TV 프로그램 제작에 10억원, MIU 미담 사례 발굴·홍보를 위한 유튜브 영상 제작에 3억원, 제대군인 온라인 기록관 플랫폼 구축 운영에 4억원 등이다.

보훈처는 MIU 감사 문화행사 추진에도 9억2000만원을 쓰기로 했다. 행사 기획 및 운영에 2억4000만원, ‘대한민국 영웅패’ 및 배지 수여에 1억3000만원, ‘제대군인 걷기대회’ 등 행사에 4억5000만원 등이다.

MIU 감사 캠페인 사업은 올해까지는 없었던 신규 예산 사업이다. 앞서 박민식 보훈처장은 지난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제복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일상 속 보훈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보훈처가 주된 사명인 제대군인 지원과 제복 근무자 처우 개선을 제쳐두고 홍보에만 열중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보훈처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제대군인 생활안정’ 예산은 올해(본예산 기준) 188억원에서 내년 260억원으로 38% 늘어날 예정이다. 그 중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 예산은 127억원에서 198억원으로 71억원(56%)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그런데 내년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 예산에는 신규 사업인 MIU 감사 캠페인이 들어가 있다. 보훈처는 제대군인 진로상담 및 취업·창업 컨설팅을 하는 제대군인 지원센터 운영비도 올해 69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31억원 늘리기로 했다.

내년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 예산 증가분 71억원 대부분이 MIU 감사 캠페인과 제대군인 지원센터 운영비로 쓰이는 셈이다.

반면 제대군인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들은 예산이 거의 늘지 않았다. 장교와 부사관 등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에 구직급여 명목으로 6개월간 월 50~70만원을 지원하는 전직지원금 예산은 62억원으로 올해와 같다. 장기복무 제대군인의 보훈병원·군병원 의료비를 감면해주는 의료지원 예산도 24억원으로 올해와 동일하다

제대군인 직업교육훈련 지원 예산도 올해와 같은 49억원이다. 장기복무 제대군인 본인 및 자녀 수업료 보조 예산(1억3400만원)도 마찬가지로 올해와 똑같은 액수가 책정됐다.


김한규 의원은 “보훈처는 생색내기식 행사나 캠페인 홍보에 힘쓰기보다 제복 근무자 및 제대군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