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안하면 죽는다"…푸틴 동원령에 러시아인들 출국 러시

입력 2022-09-24 08:56
수정 2022-09-24 08: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 동원령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로 탈출하는 차량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육로로 이어지는 핀란드 남부 발리마 검문소 앞에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국경검문소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 앞에 늘어선 차량 행렬은 400m가 넘어 전날보다 길어졌다고 밝혔다.

검문소에는 전날에만 6000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입국했다. 이는 지난주의 두 배 수준이다. 러시아 학생이라고 밝힌 맥스(21)는 원칙적으로 징집 대상이 아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국경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자 핀란드 정부는 "앞으로 며칠 동안 러시아인의 입국을 크게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부 장관은 "관광을 목적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만 입국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핀란드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가족을 방문하는 등 다른 이유가 있다면 여전히 입국이 가능하다. 이 원칙은 핀란드가 발급한 관광 비자나, 다른 솅겐 조약 가입국이 발급한 비자를 소지한 러시아인에게 모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는 22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하비스토 장관은 앞으로 며칠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며 결정이 나오면 아주 빠르게 시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핀란드 정부는 국제적인 위상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러시아인에게 발급하는 신규 관광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지난 8월 러시아인에게 발급하는 관광비자를 기존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국경 1300㎞를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인이 유럽으로 들어갈 때 거쳐 가는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러시아의 군 동원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총 모집 인원은 30만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각한 병력 손실을 겪은 데 따른 조치다.

이번 군 동원령으로 핀란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에도 러시아에서 들어오려는 차량이 몰려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출입국이 가능한 국가로 가는 항공표는 매진이 잇따르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