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근심이 커지는 가운데 공공기관 직원들은 연 0~3%대 저금리로 주택자금 대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황제 대출’ 관행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정부가 지난해 규제 지침을 내놨지만 상당수 공공기관은 이마저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주택자금 사내대출 규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2065억원에서 지난해 3349억원으로 62.2% 증가했다. 대출받은 인원은 4437명으로 31.3% 늘었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6113만원에서 7547만원으로 23.5% 증가했다.
기재부가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대출 특혜 옥죄기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은행의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못박았으나,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주택자금 사내 대출 프로그램 124개 중 122개가 이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했다.
연 0%대 금리 상품도 12개였다. 지난해에만 공공기관 직원 1328명이 0%대 금리로 대출을 받아갔다. 총 693억5000만원 규모로, 지난해 신규 주택자금 대출 금액(3349억원)의 20%에 달한다.
이 같은 황제 대출은 공공기관 경영 부실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47곳의 부채 총액은 583조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들의 사내 대출 특혜 잔치는 결국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