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 벌어진 ‘비속어 논란’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둘러싸고 여야는 23일에도 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짓 해명에 재앙 수준의 외교 참사”라고 맹폭을 이어갔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국익 훼방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씀드리겠나”라며 “국민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마친 뒤 주변 참모진에 비속어를 사용한 장면이 방송사 영상에 포착된 일에 대한 언급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이 ××’라는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뜻한 것”이라며 “‘바이든’으로 알려진 단어 역시 실제로는 ‘날리면’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대해 이 대표는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며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통령실이 15시간 만에 내놓은 것은 진실과 사과의 고백이 아니라 거짓 해명”이라며 “외교 참사 대신 169명의 민주당 의원에게 화살을 돌려보려는 것조차 낯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라인 및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엄호에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지나가면서 사적으로 혼잣말한 걸 키워 대정부 질문 내내 얘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또 “동영상을 여러 차례 봤지만 (무슨 말인지)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권은 바뀌는 거고 대한민국은 영원한 것이니,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외교 활동 중인 대통령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풍토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우리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럽다”며 발언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욕설 논란’ 등을 거론하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SNS에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이재명 대표가 다른 사람의 욕설 사용을 비판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제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 하시라”고 썼다. 권성동 의원도 “정치권에서 언어의 품격을 논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을 뽑자면 이재명 대표”라며 “욕로남불”이라고 페이스북에 남겼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혼잣말을 민주당이 침소봉대해 외교적으로 연결하려 한다”며 “예송논쟁으로 날을 새던 조선시대 권력 다툼이 초래한 역사적 비극을 잊지 말라”고 꼬집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