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무새’. 후회를 반복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후회를 담은 ‘~할걸’이라는 표현,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가 합쳐진 말이다. “그때 이 주식을 사지 말걸” “그 사람에게 좀 더 다정하게 굴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크고 작은 후회를 하며 산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는 <후회하지 않는다(No Regrets)>라는 제목의 책이 50권 넘게 있다고 한다. 후회 없이 사는 건 그만큼 인류의 오랜 숙제다. 하지만 ‘껄무새’로 살아봤자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 어떻게 현명하게 후회라는 감정을 다룰 수 있을까.
<후회의 재발견>은 인간이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 후회를 통해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원제는 좀 더 직접적이다. ‘후회의 힘(The Power of Regret)’.
저자는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사진)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등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다. 지금껏 그의 책들은 42개 국어로 번역돼 수백만 부 넘게 팔렸다. 빛나는 통찰뿐 아니라 읽는 맛이 있는 글 덕분이다. 저자는 1995~1997년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일했고, 뉴욕타임스 등에 경제·기술·노동에 대한 글을 실어 왔다.
이번 책은 핑크가 4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원서도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출간 즉시 27개 언어로 번역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마존 올해의 책, 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추천 도서, JP모간·포브스 필독서로 선정됐다.
핑크는 ‘후회하지 말자!’라는 사람들의 다짐이 쓸모없다고 직격한다. 그리고 “후회는 값지다”고, “후회는 우리를 고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목적은 후회를 필수불가결한 감정으로 정의하고, 후회의 많은 장점을 활용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직장과 학교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며, 삶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냥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전 세계의 후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이른바 ‘세계 후회 설문조사’. 핑크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105개국 2만여 명의 후회를 모았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온 후회도 포함됐다. 이 결과와 더불어 지금껏 이뤄진 심리학·신경과학·경제학 분야의 후회 관련 연구까지 살폈다.
책은 후회를 ‘인간의 초능력’으로 재정의한다. 후회는 과거(내가 ~했다면, 혹은 하지 않았다면)와 미래(~했을 것이다)를 엮는 ‘시간여행’이면서 사건을 재조립해 대안을 꿈꾸는 일이다. 이런 사고력을 갖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아이는 여섯 살이 될 때까지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인간의 후회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건강 등 삶의 기본적 안정에 대한 ‘기반성 후회’, 흘려보낸 기회에 대한 ‘대담성 후회’,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도덕성 후회’, 인간관계에 대한 ‘관계성 후회’ 등이다.
각각의 후회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힌트가 숨겨져 있다. 예컨대 대담성 후회를 분석한 결과, 인간은 저지른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더 길게, 깊이 후회한다. “행동의 결과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제한적이다. 무행동의 결과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며 한계가 없다.” 즉,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그 일을 저지르는 편이 하지 않는 편보다 낫다.
만약 그래도 후회가 된다면? 이전의 행동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거나, ‘적어도’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행동과 후회를 통해 무엇을 익혔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이 불쾌하다고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위험한 일이다. 사소한 후회가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른바 ‘후회의 복리 효과’다. 자신의 후회를 직시하고 심지어는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보라고 책은 조언한다. 후회를 발전적으로 써먹으라는 의미다. “후회는 더 나은 나를 만든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를 쓴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는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 건 흔치 않은데, 나는 다니엘 핑크의 모든 책과 그 안에 담긴 놀라운 통찰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현명한 후회를 위한 통찰력을 품은 조언으로 가득 찬 이 책을 강하게 권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