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수치스럽다" "중국을 모욕하는 드라마다" "불쾌하다"….
중국 누리꾼들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중국인 등장인물이 부정적으로 묘사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수리남 시리즈에서는 마약거래와 살인 등을 일삼는 차이나타운 수장인 중국인 '첸진'(장첸 분)이 등장합니다. 중국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일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별점 테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모욕하지 말라"…中 누리꾼 '수리남' 보고 뿔났다
지난 23일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 따르면 수리남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대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징어 게임'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점수입니다.
한 누리꾼은 "어떻게 첫 화부터 중국을 모욕하는 내용을 넣을 수 있냐. 작가가 너무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을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이 누리꾼은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은 상징적 문화가 없다"며 "K팝도 미국팝의 한국 버전일뿐, 미국과 일본 문화가 더 영향력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루는 데 비해 화제성은 높은 편입니다. 더우반에서 수리남 리뷰 페이지가 열린 지 열흘 만에 3만명 가까운 누리꾼들이 평점을 남겼고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공개 한 달도 안 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평론을 담은 게시글도 수백개에 달합니다. 넷플릭스 없는 중국에 '수리남' 리뷰…또 도둑시청
중국은 넷플릭스 시청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중국은 인터넷 감시 및 검열 체제인 '만리 방화벽' 운영을 통해 넷플릭스를 포함한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서방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인터넷 영향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 중국식 인터넷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정부 당국은 갈수록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당국이 금지한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히트작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은 물론이고 '나는솔로'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 인기 예능까지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훔쳐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수리남'이라고 입력하면 '수리남 한국 드라마 무료보기' '수리남 전 시리즈 무료보기' '수리남 한국 드라마' 등 자동완성 검색어가 나타났습니다. 검색어 상단에 뜬 '무료보기'를 누르니 수십개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보였습니다. 이 중 한 곳에 들어가면 1편부터 6편까지 '공짜'로 볼 수 있는 페이지가 보입니다. 자막까지 완벽하게 달아 무료 시청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런 무료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수리남'을 유료 판매하는 사례도 포착됐습니다. 중국 국민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수리남' 영상 파일이 한국돈 5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수리남의 제작비는 오징어게임보다 100억원 많은 총 35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처러 헐값에 불법 시청하고 있는 겁니다. 수리남·우영우 K콘텐츠 인기 뜨겁지만…피해도 커한국드라마 등 K콘텐츠 업계는 불법시청 피해로 고민이 깊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산 지식저작권(IP) 콘텐츠 불법 유통 적발건수는 총 41만1319건에 달합니다. 영상, 웹툰, 음악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법 유통이 가장 심각하게 이뤄지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 해외사무소를 현지에 운영하며 상시 침해 대응에 나섰지만,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 시청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 불법 유통에 따른 피해액 규모가 수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 영향력이 커지고 수출 계약 단가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미 불법 시청이 만연한 중국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방영되고 있습니다. 불법 유통이 된 만큼 현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도 굳이 거액을 주고 한국 드라마를 수입할 필요성이 없어지는 셈이죠. 대신 한국 드라마·예능 '카피캣'을 만들어내며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우영우'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는 지난달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행사에서 "IP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돼서 제작사가 성장할 기반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수년 전 드라마 한 편당 5억원 안팎의 수출 계약 사례를 고려하면 히트작 우영우는 이보다 더 훨씬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콘텐츠 히트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가치는 상상외로 큽니다. 때문에 불법 시청 관행은 제작 업계뿐 아니라 창작자들에게도 고스란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수리남 저작권자인 넷플릭스도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창작자들의 노력이 담긴 소중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이 매우 안타깝다"며 "전 세계의 다양한 모니터링 기관과 협력하며 불법 콘텐츠를 근절하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합당한 지급 절차를 통해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