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대 여성이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해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은 마흐나 아미니(22·여) 사망 사건으로 지난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 치안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16세 소년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BBC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르디스탄에서 촉발된 시위는 현재 수도 테헤란과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타브리즈 등을 포함한 주요 50개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검은색 히잡을 벗어 불태우는 모습이 담겼고, 테헤란 집회에서는 "머리에 쓰는 스카프도 반대, 터번도 반대, 자유와 평등은 찬성"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 등 현장 분위기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쿠르드 인권 단체(Hengaw)는 최근 이어진 시위로 10명이 사망하고, 450여 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반면, 이란 당국이 집계한 사망 시위대 수는 7명이다.
국영 IRNA 통신은 폭력성이 강한 시위대가 도시 기반 시설과 차량을 부수고, 경찰서를 포함한 도심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또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숨진 보안군(바시즈 민병대)과 경찰이 4명이라고 전했다.
보안 당국은 전날까지 시위대 1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않았으며 반정부 세력에 의해 일부 시위대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6일 로이터통신은 아미니가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받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미니는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테헤란에 왔다가 히잡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돼 당일 조사 받는 도중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됐다고 밝혔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