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 사이 카페골목.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듯한 이 골목에 햄버거 팝업스토어가 한꺼번에 들어섰다. 롯데리아가 세 개 건물을 한 달 간 통째로 빌려 ‘불고기버거 팝업스토어’를 차린 것이다.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은 불고기 버거가 젊은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경쟁 햄버거 브랜드들이 대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롯데리아는 불고기 버거를 앞세운 공격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익선동에 등장한 불고기버거 팝업 스토어롯데GRS는 다음 달 10일까지 익선동에 ‘불고기 랩 9222’를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불고기 랩 9222’는 1992년 출시부터 현재(2022년)까지 불고기버거의 역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롯데리아가 햄버거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사업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롯데리아가 이 같은 마케팅을 벌이는 것에 대해 ‘파격적’이란 평가가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30명의 신진 아티스트와 협업 작품 전시회, 미출시 메뉴 체험, 불고기 명장과의 콜라보레이션 메뉴 등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2년 미래 우주에 위치한 ‘롯데리아 스페이스 1호점’ 체험관이나 내 맘대로 만드는 DIY버거 코너 등도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날 불고기 랩에 방문한 20대 박 모씨는 “어머니 손 잡고 롯데리아에 가서 먹었던 추억의 불고기 버거를 우주에서 먹는 체험을 하니 색다르고 ‘힙’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토종 브랜드 자존심 지키겠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9억5000개를 기록한 데 이어 올 6월 10억개를 돌파했다. 개별 버거 메뉴로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브랜드 버거, 쉐이크쉑 등 버거 브랜드가 다양화하면서 버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은 M&A 시장에서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빅 5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4개가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등 버거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토종 브랜드인 롯데리아가 그 틈을 파고들기 위해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리아는 올들어 불고기를 활용한 신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청양마요소스를 더한 ‘불고기 4DX’를 내놨고 지난 6월에는 2004년 출시한 한우 불고기버거를 약 18년만에 리뉴얼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한우 패티를 사용하는 것은 롯데리아가 유일하다. 이번에 출시된 ‘한우 트러플머쉬룸’, ‘더블 한우불고기’는 한 달만에 100만개가 팔려나갔다.
롯데GRS 관계자는 “불고기 버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햄버거 메뉴라는 점에서 30년 전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토종 장수 브랜드로써 자존심을 지키며 제품 혁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