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이번엔 글로벌 섬유기업 라이크라 M&A 추진?

입력 2022-09-22 16:02
수정 2022-09-23 09:00
이 기사는 09월 22일 16: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치권 뇌물' 혐의로 도마에 오른 쌍방울그룹이 이번엔 글로벌 1위 섬유기업 라이크라(The LYCRA Company)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차례 인수·합병(M&A) 추진과 실패를 거듭한 데다 주가조작 등의 혐의까지 받는 상황에서 갑자기 조 단위 M&A를 추진한다고 나서면서 시장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자회사인 SBW생명과학을 통해 라이크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쌍방울그룹은 쌍방울 광림 SBW생명과학 등의 상장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SBW생명과학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SBW생명과학은 필터,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지난 4월 나노스에서 사명을 바꿨다. 최대주주는 광림, 2대주주는 쌍방울이다. 쌍방울그룹은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투자자가 SBW생명과학의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라이크라 인수에 나설 기업에게 SBW생명과학 경영권을 내주면서 2대주주로 물러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BW생명과학 주가는 이날 9.11%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3924억원으로 늘었다 .

쌍방울그룹 자체적으로는 라이크라 인수 자금여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쌍방울그룹의 현금성자산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3665억원에 최종 거래된 쌍용자동차 입찰에서도 자금 조달 능력에 의구심이 들면서 떨어졌는데 예상 매각가가 조 단위에 달하는 라이크라 인수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

M&A에 나서는 쌍방울그룹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근래 M&A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이어 올해에도 쌍용자동차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전·현직 임원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할 당시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이크라는 업력 75년의 글로벌 1위 섬유기업이다. 1959년 미국 듀폰이 고탄성 우레탄 섬유인 스판덱스를 '라이크라'라는 이름으로 생산한 것이 시초다. 2004년 듀폰이 섬유사업 부문을 정리하면서 미국 코크인더스트리즈에 매각했다.

이후 2019년 5월 중국 패션기업 산둥루이그룹이 코크인더스트리즈로부터 26억달러(약 3조1000억원)에 라이크라를 인수했다. 하지만 산둥루이가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대출금 4억달러를 만기 내에 상환하지 못하면서 현재 경영권은 채권단에 넘어간 상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린드먼아시아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홍콩계 금융회사인 차이나에버브리아트와 토르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원금 회수를 위해 새 인수자를 찾고 있다.

라이크라는 쿨맥스(COOLMAX), 서모라이트(THERMOLITE) 등의 브랜드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12억달러(약 1조6700억원), 영업이익 2억1200만달러(약 3000억원)을 올렸다. 현재 다수의 국내외 원매자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인지도를 갖춘 라이크라를 인수하면 단숨에 글로벌 섬유업계 선두지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쌍방울 외에 섬유회사인 효성티앤씨, 태광산업 등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된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기업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