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P 흥행 실패에 컬리, 케이뱅크 상장 시기 '안갯속'

입력 2022-09-22 16:39
수정 2022-09-23 10:41
이 기사는 09월 22일 16: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더블유씨피(WCP)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연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했던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조 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렸던 2차전지 관련 기들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잠정 보류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둔 기업은 골프장 운영업체 골프존카운티, 새벽배송업체 컬리,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등 4곳이다. 예비 심사효력이 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2~3월까지는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이중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한 곳은 골프존카운티다. 골프존카운티는 계열사인 골프존커머스가 상장한 후로 일정을 조정했다. 계열사 두 곳이 한꺼번에 기업공개에 나설 경우 투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 시장이 침체되자 공모 규모가 큰 골프존카운티 대신 골프존커머스를 먼저 내세운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골프존카운티가 증시 입성에 실패한다면 골프존카운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골프존카운티의 기업가치는 2조원 대로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골프존커머스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2700억~3400억원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주주가 상장 과정에서 보유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주매출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골프존커머스는 최대 주주인 골프존뉴딘홀딩스가 총 공모주식수의 44.9%를 구주매출로 내놨다. 최근 상장한 기업 중 구주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골프존카운티도 투자자인 MBK파트너스가 구주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에는 수요예측에서 실패한 후 구주매출을 줄이고 공모 물량을 축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WCP도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결국 구주매출 규모를 줄였다. 재무적 투자자(FI)인 노앤파트너스가 보유 지분 중 25%인 148만8820주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공모가가 희망가격 대비 2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금 회수 계획을 접었다. 이에 따라 구주매출 물량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공모 규모도 20% 축소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활황이었던 때는 구주매출이 많아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됐지만, 지금은 수요예측 모집 물량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상장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구주매출을 줄이고 공모가를 낮추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신선식품배송업체 오아시스의 상장 이후 증시에 입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상장 시기를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11조5000억원으로 상장 직후보다 3분의 1로 급감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시 7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으나 시장에서는 3~4조원 대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심사 승인 효력이 만료되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초 대어들의 상장이 집중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6개월 내 상장하지 못하면 다시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차일피일 일정을 미룰 수 는 없다"며 "CJ올리브영이나 현대오일뱅크처럼 IPO 철회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