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표내고 부업으로 억대 연봉 버는 이 직업 [강홍민의 굿잡]

입력 2022-09-22 10:03
수정 2023-07-12 11:27


언제부터인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대화가 더 자연스럽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는 사이는 물론 새로운 만남의 시작도 메신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메신저에서 센스 있는 대화의 기술이 중요해졌다. 그래서인지 몇 마디의 말보다 센스 있는 이모티콘 하나가 오히려 내 마음이 잘 전달될 때가 있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부터 말로는 표현 못할 B급 감성의 이모티콘까지, 다종다양한 이모티콘은 비대면 세상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백 마디 말보다 센스 있는 이모티콘 하나가 내 마음을 전달해주는 시대, 뜨고 있는 직업 ‘이모티콘 작가’를 만나봤다. 탄탄한 공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최근 억대 연봉 반열에 오른 동동작가(최동석·27)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요즘 이모티콘 안 쓰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메신저에서 사용하고 있죠. 이모티콘 작가들도 이모티콘 구입을 많이 할 것 같은데, 한 달에 얼마나 구입하는 편이에요.
“전 한 달에 평균 10개 정도 구입하는 편이에요. 하나에 2500원이니까 한 25,000원 정도 들겠네요.”

어떤 이모티콘에 지갑이 열리는 편인가요.
“요즘엔 약간 B급 코드로 웃긴 이모티콘을 많이 사는 편이에요. 지인들에게 병맛 느낌으로 툭툭 던질 수 있는 그런 이모티콘이요.(웃음)”

이모티콘 작가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2016년도에 시작했으니 이제 7년차에 접어들었네요. 대학으로 치면 화석이라고 할까요. 고인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웃음)”



이모티콘 제작 및 출시 과정
이모티콘 구상-캐릭터 설정 및 완성-이모티콘 버전 설정 및 완성-플랫폼 제안



보기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겠죠.(웃음) 이모티콘 만드는 과정, 어떻게 되나요.
“먼저 어떤 이모티콘을 만들지 구상을 하고,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아요. 제가 만든 시바견이나 아니면 다른 동물, 특징 있는 인물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난 뒤 스케치를 해봐요. 그림이 완성되면 카톡이나 플랫폼에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승인여부가 나기까진 며칠의 시간이 걸려요. 승인이 되면 바로 출시가 돼요.”

보통 제안을 할 땐 몇 가지의 버전이 있어야 하나요.
“보통 이모티콘은 인사를 한다던지, 웃는다던지 하는 표정이나 움직임이 있잖아요. 하나의 캐릭터에 24개 버전이 필요하고, 만약 움직임이 없다면 32개 버전을 만들어 제안을 해야 합니다.”





제안 시 체크해야할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누군가 만든 이모티콘이 출시됐다가 갑자기 판매중지 된 적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특정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혐오성 유행어를 활용한 걸 알게 됐죠. 그런 건 출시가 됐다 하더라도 판매중지가 될 수 있어요. 또 가수의 안무를 따라하는 움직임도 저작권에 위배될 수 있어 안 됩니다.”



“한 번 승인된 이모티콘은 영구적 판매 가능···캐릭터 하나로 이모티콘, 굿즈, 애니메이션 등 IP 비즈니스 할 수 있어”



이모티콘이 승인되면 영구적으로 판매 가능한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슈가 생길 경우 판매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영구적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 승인된 캐릭터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나요.
“그럼요. 요즘엔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이 없잖아요. 인기 있는 캐릭터의 작가님들에겐 플랫폼에서 먼저 연락해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똑같은 구성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순 없고, 약간 변형을 해야 해요.”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도 캐릭터 활용이 가능하겠네요.
“굿즈를 만들거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고, 스티커를 제작해 판매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다양한 캐릭터 IP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이모티콘 작가를 해보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사실 큰 준비는 필요 없어요. 노트북이 있다면 펜타블렛을 구입하시면 되고, 태블릿이 있으면 그걸로 연습하시면 됩니다. 요즘 이 직업이 뜨고 있다 보니까 유튜브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이모티콘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방법이 나와 있어요. 우선 그걸 보고 따라 해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만약 그게 부족하다 싶으시면 제가 하는 강의도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이모티콘의 매력이 장황하게 내 마음을 다 적지 않아도 이모티콘 하나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일 것 같아요. 이모티콘 작가는 사람의 심리도 잘 알아야할 것 같은데, 그런 쪽은 고민이나 연구를 하시나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처음 이모티콘을 만드는 분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장면만 만들어요. 근데 이모티콘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그 심리를 잘 파악하고 만드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론 지인들을 괴롭히는 방법을 자주 쓰는데, 갑자기 ‘사랑해’라고 대화를 걸거나 뜬금없는 말을 하면 예상하지 못한 리액션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걸 참고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캐릭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평소에 제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편이에요. 제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데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키웠거든요. 그림으로라도 욕구를 채우자는 생각에 시바견 캐릭터를 그렸던 게 시작이었어요.”



“시바견 모티브로 만든 ‘찌바’ 이모티콘 출시 한 달 만에 2만 개 판매···현역 작가지만 10개 제안하면 9개 미승인, 승인 받기 하늘의 별따기”



작가님의 가장 효자 캐릭터는 뭔가요.
“전 시바견 캐릭터 ‘찌바’죠.(웃음) 첫 시리즈를 출시했을 때 한 달 누적 판매 수가 2만 개를 넘었어요. 평균 판매 수치는 없지만 보통 잘 팔렸다하면 5~6천개 정돈데, 찌바는 아주 성공한 제 효자 캐릭터죠.”





‘찌바’처럼 잘 된 캐릭터가 있는 반면 빛을 보지 못한 캐릭터도 있을 것 같아요. 비율은 어느 정돈가요.
“성공의 기준이 좀 애매하지만 전 ‘찌바’하나 인 것 같아요. 하루에 평균 40개의 이모티콘이 출시되고, 한 달이면 약 800개가 세상에 나오는 셈이죠. 어렵게 승인됐지만 살아남기란 정말 어려워요. 물론 승인이 안 된 캐릭터는 더 많고요.”

플랫폼에 승인되기가 쉽지 않겠군요.
“그렇죠. 하루에 몇 백 건에서 몇 천 건의 제안 중에 40개의 이모티콘만 승인되니까 경쟁이 치열하죠. 저도 10개 정도 제안하면 9개는 떨어져요. 저뿐만 아니라 인기작가님들도 상황은 비슷할 거예요.”

이모티콘을 만드는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정말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날이면 5분 만에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차근차근하면 평균 한 달 정돈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림실력, 중요한가요.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전 전공자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어요. 평소 캐릭터 그리는 데 관심이 있는 정도였는데, 제가 작가로 하고 있을 정도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이모티콘 작가를 하게 됐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공기업을 다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걸 알았죠. 9시간 동안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 퇴근하면 캐릭터 그리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주변에서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라는 말에 소일거리 삼아 시작하게 된 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탄탄한 직장에 사표를 던졌을 때, 주변에 만류도 심했을 것 같은데.
“부모님께서 화를 많이 내셨어요. 회사 선배들도 절 방에 감금시켜놓고 설득할 정도로 말렸어요.(웃음) 분명히 후회한다고요. 제가 이걸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다 뜯어 말렸어요.”

지금은 어떠세요.
“부모님께선 너무 좋아하시죠. 얼마 전에 고향 집에 안마의자와 소파를 바꿔드렸거든요. 요샌 차가 계속 고장 난다고 말씀하시던데요.(웃음) 전 직장 분들도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며 놀라시더라고요.”

최근 이모티콘 작가의 수입이 화제가 됐는데, 작가님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모티콘 제작을 비롯해 강연, IP비즈니스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모두 합치면 작년 기준으로 억대 연봉의 반열에 오르긴 했어요.”





이 직업의 매력은 뭔가요.
“가장 큰 매력은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내 안에 있는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이모티콘에 녹여낸다는 점이죠. 특히 이모티콘은 24개의 메시지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내가 평소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을 이모티콘으로 만들고, 그걸 누군가 공감해주는 게 굉장히 뿌듯해요.”

이모티콘 작가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론 이모티콘과 캐릭터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 같아요. 그만큼 작가들도 많이 늘어나겠죠. 만약 작가를 꿈꾼다면 본업은 유지하면서 부업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났을 때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