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옷 벗고 춤추던 머스크…그 뒤에 벌어진 놀라운 일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09-24 07:00
수정 2022-09-24 07:03

“머스크가 2년 전 중국산 모델3 발표회에서 덩실덩실 춤추더니…다 계획이 있었구나”

이번 주초 중국에서 낭보가 날아왔습니다. 테슬라가 지난 19일 상하이 공장(기가 상하이) 증설 작업을 마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테슬라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업그레이드된 생산 라인을 시험 가동합니다.

기가 상하이 증설은 투자자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뉴스입니다. 앞서 작년 11월 현지 관영매체 북경일보는 테슬라가 12억위안(약 2385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4000명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예정대로면 올해 4월 말에 증설이 완료돼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4~5월 상하이 봉쇄로 지연됐습니다.

연 100만대 생산 노리는 중국 공장테슬라는 수요보다 공급이 달리는 회사입니다. 테슬라 전기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생산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대란 및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테슬라의 차량 사전예약금은 증가 추세로 지난 2분기 기준 12억달러(차량 120만대분)에 육박합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대로 실적이 좋아지는 구조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2분기 기가 상하이 폐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6월엔 생산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는 기가 상하이에서 주간 2만대, 연간으론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 테슬라의 전체 생산량(93만대)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기가 상하이 연 75만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연 65만대 △기가 베를린 연 25만대 △기가 텍사스 연 25만대의 생산력을 갖췄습니다. 이번 증설로 상하이 공장은 생산 능력이 30% 향상됐습니다. 베를린과 텍사스 공장이 아직 본격 가동이 안 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테슬라의 주력 ‘생산거점’인 셈입니다.

생산이 늘면서 중국 내 배송 대기기간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테슬라 중국 홈페이지를 보면 모델3 기본형(후륜구동)이 최대 8주, 모델Y 기본형은 한 달 이내에 받을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 기간을 1~4주 이내로 단축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3일 "중국 시장의 급격한 출고기간 단축은 유럽시장의 수요 둔화 영향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가 상하이의 생산 물량 40~50%가 유럽 등으로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기 기간이 깁니다. 미국 생산 차량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판매 1위로 현지 물량을 대기도 빡빡한 상황입니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모델3를 예약하면 내년에나 받을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롱레인지 모델은 예약조차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소비자에겐 車 보험료까지 내줘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1위 시장입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는 올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600만대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났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재봉쇄 등 각종 악재에도 내수 시장의 힘이 여전합니다. 1위는 35만3000대를 판 BYD입니다. 2위는 ‘훙강 미니 EV’로 인기를 끈 우링입니다. 테슬라는 기가 상하이 봉쇄 여파에 3위로 밀렸습니다. 현대차는 아직 중국에서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시장 규모는 큰데 경쟁이 치열한 만큼 판촉전도 뜨겁습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이달 30일까지 모델3와 모델Y를 사면 8000위안(약 159만원)의 자동차 보험료를 지원합니다. 여러 차례 차량 판매 가격을 올린 테슬라로서는 이례적인 마케팅입니다. 중국 시장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월가의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테슬라는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결국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경쟁자들을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전망했습니다.

테슬라는 판매 전략에도 변화를 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테슬라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쇼룸이 200개 이상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쇼핑센터에 있는 쇼룸을 철수하고 외곽 지역의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매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임대료가 비쌀뿐더러 테슬라의 인지도가 이미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테슬라차이나는 20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머스크의 각별한 중국 사랑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중국 내 사업에 눈치를 보는 것과 달리, 머스크는 거침없는 친중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는 작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중국이 이룩한 경제적 번영이 정말 놀랍다”고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인권 탄압’ 논란이 있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 테슬라 전시장을 연 것도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달엔 중국 관영 잡지에 자신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중국 기업을 격려하는 장문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의 구애에 중국 정부도 화답했습니다. 2018년 투자를 결정한 기가 상하이는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계 최대 전기차 공장으로 초고속 성장했습니다. 2020년 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 배송 발표회에선 머스크가 겉옷을 벗고 춤을 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상하이 공장 봉쇄에도 불구하고 증설을 완료한 것도 중국 당국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차이나 리스크’는 없을까테슬라의 중국 사업은 쾌속 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글로벌 정세에서 테슬라 홀로 ‘외줄 타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테슬라 강세론자’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지속해서 테슬라의 ‘차이나 리스크’를 지적해왔습니다. 그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테슬라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높은 중국 매출 의존도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테슬라 매출의 30%, 수익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만 보면 중국 공장 비중은 올해 초 50%를 넘었고 2분기에도 40% 이상이었습니다. 테슬라의 베를린과 텍사스 신공장의 가동으로 그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역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테슬라의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나스는 지난 21일에도 “테슬라가 향후 12개월 내 중국 의존도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수 있다”며 “중국 시장 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향후 10년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및 EU 전기차 공급망의 빠른 산업화로 테슬라의 수요와 공급 생태계에서 중국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나스는 차이나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테슬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제 사회가 중국 의존의 배터리 공급망을 벗어나 새 판을 짜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국은 테슬라에게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중국 당국 역시 자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키우는데 테슬라가 아직 ‘쓸모 있는 카드’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친중 행보’를 보이는 머스크가 불만이지만, 승승장구하는 자국 ‘혁신 기업’이 밉지 않아 보입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테슬라에 매우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한 3자 균형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머스크와 바이든, 그리고 중국까지.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나쁜 놈들 전성시대’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