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규제 다 풀었지만…"수도권 빠져 효과 제한적"

입력 2022-09-21 18:16
수정 2022-09-29 18:42
정부가 지방의 부동산 규제 전면 해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일부 지역을 완화하는 ‘핀셋 해제’가 예상됐으나 매수 심리 위축과 거래량 급감, 집값 하락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에 한해 규제를 모두 해제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이 각종 대출·거래 규제 완화로 직결돼 얼어붙은 지방 주택 시장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수도권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출·거래 ‘족쇄’에서 벗어난 지방국토교통부가 21일 지방권 규제지역 36곳을 모두 해제하면서 세종을 제외한 지방은 부동산 비규제 지역으로 전환됐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안성·평택·동두천·양주·파주 등 5곳의 부동산 규제가 사라졌다.

이들 지역은 오는 26일부터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가계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종전 9억원 이하 50%, 9억원 초과 30%였던 LTV는 비규제 지역과 동일하게 70% 수준까지 늘어난다. DTI 40%도 60%로 상향 조정된다. 2주택 이상 보유자도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까다롭게 적용됐던 세제 규제도 풀린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가 없어진다. 1주택 이상 소유자의 신규 취득·등록 임대주택 세제 혜택도 정상화된다.

주택 분양권 거래도 쉬워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최대 3년간 전매가 금지됐는데 이제 제한이 사라진다. 7년이던 청약 재당첨 제한이 없어지고, 주택 취득 때 부여하던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와 증빙자료 제출 의무도 사라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난 인천과 세종은 앞으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완화되면서 LTV와 DTI는 종전 최대 각각 40%에서 50%로 상향된다.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풀린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후부터 양도가 금지돼 있다. 이런 규제가 사라지고 분양 가격이 9억원을 넘어도 주택 특별공급이 가능해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공급 과잉 우려가 있거나 향후 차익 기대가 제한적인 곳에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 매각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높은 집값에 영향 ‘제한’ 관측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규제지역 해제를 결정한 건 올 하반기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8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을 모두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9%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55%) 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국 주택가격은 올 6월 0.01% 떨어지며 3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뒤 7월 -0.08% 등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집값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 금리가 오르는 등 거시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당장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출·세제·청약 규제 완화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돼 실수요자의 매입 의지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규제지역에서 풀린 대구 등 대다수 지방에선 공급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인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탓에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다고 해도 높아진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가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