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형수, '질소가스 처형' 요구…처형 3일 전 일단 목숨 건져

입력 2022-09-21 18:16
수정 2022-09-21 18:17

미국 법원이 독극물 주사 대신 질소가스를 이용한 처형법을 요구한 사형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형 집행을 중지시켰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연방법원 앨라배마 지방법원 오스턴 허패커 판사가 전날 사형수 앨런 유진 밀러의 처형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22일 처형을 앞둔 밀러는 사형 집행이 비인간적인 독극물 주사 대신 질소가스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허패커 판사는 "밀러는 본인이 원하는 처형 방식을 분명히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형수 본인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처형될 경우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가처분 신청 인용 이유를 설명했다.

택배 트럭 운전사 출신인 밀러는 1999년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직장 동료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피해자들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등의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는 2018년 독극물 주사 대신 질소가스 처형을 원한다는 서류를 제출했으나 교정 당국이 분실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앨라배마주 교정 당국은 밀러가 사형을 연기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질소가스 처형은 사형수에 질소가스를 흡입시키면, 질소가 산소 대신 인체에 들어가 저산소증으로 사망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앨라배마를 포함해 미국 내 총 3개 주에서 사용이 허가됐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고 AP는 전했다.

허패커 판사는 결정문에서 "앨라배마주가 새로운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할 의도가 있으며, 교정 당국이 앞으로 몇 주 안으로 질소가스 처형을 시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