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1일 14: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조원 규모 투자유치를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투자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투자유치를 빠르게 마무리해 해외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에 투자를 하기로 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한국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이번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오는 11월 말까지 투자유치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이번 투자에서 투자자 보장수익률을 기존 연 5.5%에서 7.5%로 높였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보장수익률도 2% 높인 것이다. 기업공개(IPO) 기한도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단축했다. 추후 회사의 실적 등을 토대로 IPO기한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기업가치는 원래 목표보다 10조원 가량 낮췄던 만큼 22조원을 유지키로 했다. 지난 7월 스웨덴의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NorthVolt)가 투자유치 당시 평가받은 약 24조원(170억달러)보다 소폭 낮은 가치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말 첫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수주 잔고는 500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수주잔고인 220조원보다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번 투자유치에는 해외 PEF, 국부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스트브릿지 컨소와 해외 투자자들이 각각 1조원씩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투자자로는 홍콩계 PEF인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 등이 유력 후보군이다. MBK파트너스도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를 통해 투자를 검토 중이다. 기존에 투자를 검토했던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참여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자인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현재 5000억원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한투PE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그룹에서 약 5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나머지 5000억원은 국내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 국내 연기금, 공제회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이 조건을 투자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완화하면서 투자유치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법안이 발효된 것도 투자금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제조된 배터리를 단 차량이나,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발효된 뒤 경쟁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도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SK온은 이번 투자금을 미국 등에서 추진 중인 공장 증설 비용으로 투입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중 이미 7000여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했다. SK온은 향후 추가로 투자금이 필요할 경우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