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이 탄력을 받게 됐다. 공항 건설비 전액 지원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주 원내대표가 여야 의원 83명과 함께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며 관련 사업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막대한 재원을 들여 새 공항을 짓는 것을 두고 정치권이 또다시 ‘공항 포퓰리즘’ 확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비 11조원 들여 신공항 건설
TK 통합신공항 사업은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국제공항과 군 공항을 경북 군위·의성군 일원으로 이전해 통합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난달 대구시가 내놓은 기본계획에 따르면 16.9㎢ 부지에 활주로 2본, 계류장 등을 짓는 데 사업비 11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인천국제공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착공은 2025년, 완공은 2030년 예정이다. 기존 공항 부지에는 관광·상업시설, 첨단산업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대구 군공항 이전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대선 단골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TK 통합신공항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사업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지난달 2일 주 원내대표가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민간공항 건설은 전액 국비로, 군공항 건설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한 뒤 부족한 부분을 국비로 보조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부대양여는 사업시행자가 군공항을 먼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한 뒤 남은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받아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담겼다. TK 민심 다지기용?TK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의 배경에는 TK 지역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도 깔려 있다. 지역 숙원 사업을 통과시켜 차기 총선을 위한 지역 민심을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간판만 달면 당선이 보장되는 TK 지역은 총선 때마다 ‘물갈이’ 지역으로 거론된 곳”이라며 “3선 이상 공천 금지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TK 중진 의원들은 특별법을 통과시켜 무소속으로 나오더라도 당선될 수 있을 정도로 지역 기반을 다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5선인 데다 지역구도 대구여서 2024년 총선에서 물갈이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고생길이 뻔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모두 수락한 것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한 행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산 낭비 우려도정부에선 벌써부터 예산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영남 지역에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경북에 추가로 대규모 신공항을 건설하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2020년 기준 지방 공항 14곳 중 제주공항을 제외한 13곳이 적자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 계획에 담긴 사업비는 11조4000억원이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인구 소멸 위험지역인 군위에 공항을 짓는 데 수요가 충족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TK 의원들 간 이견도 적지 않다. 군위군이 통합신공항 유치 조건으로 대구로의 편입을 요구하면서 경북 내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당장 김형동 의원(안동·예천)이 지역구 조정을 우려해 군위의 대구 편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군위가 대구로 편입되면 선거구 하한선 아래로 인구수가 줄어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며 “신공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북 의원 간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여당 텃밭인 TK 지역을 위해 민주당이 선뜻 신공항 특별법을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K신공항 예산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총 12조8000억원 정도인데 그 중 군 공항부분이 11조4000억원이고 민간부분은 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가덕신공항 추정예산은 민간 공항으로 14조원인데 비하면 TK 신공항 민간 공항은 가덕신공항의 10분의 1 규모"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어 "이미 선관위에서 군위군 2만5000명이 대구시로 편입돼도 경북 선거구에는 변동이 없다는 회신도 왔다"며 "아직도 선거구를 핑계로 TK신공항 추진을 방해할려는 일부 의원들의 책동은 내후년 총선에서 시도민들의 심판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