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스위스 제약사로부터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단일 파이프라인 구조를 타파하고 거래 정상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신라젠은 스위스 바실리아와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을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2020년 10월 로슈에서 분사한 바실리아는 항생제와 항진균제, 종양 관련 약물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계약 규모는 3억3500만달러다. 이 중 5일 이내 선금으로 지급하는 계약금은 1400만달러이고 이후 임상 2상, 3상 등 단계별 성공에 따른 마일스톤은 3억2100만달러다.
이번에 신라젠이 도입한 BAL0891은 유사분열 관문억제제(MCI)다. 종양 유발과 성장에 관여하는 TTK와 PLK1 두 가지 인산화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MCI는 BAL0891이 유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이성 고형암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연내 첫 환자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젠은 앞선 비임상 결과를 토대로 삼중음성유방암 외에 위암, 대장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에 치우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었던 만큼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을 도입하면서 개발 실패 위험을 분산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라젠의 항암제 개발 경험과 면역항암제 작용 기전에 대한 이해, 면역항암제 병용 노하우를 살려 BAL0891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번 신물질 도입으로 경영개선 계획 과제를 모두 완료했다”고 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1월에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기도 했으나 한 달 후 개선기간 5개월을 부여받았다. 신라젠은 지난 8일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와 개선계획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거래소에 제출했다. 거래소는 제출일부터 20일(영업일 기준) 안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