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K원전 무너졌다"…에너지 원로의 탄식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9-21 08:56
수정 2022-09-21 16:38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지나치게 과도했습니다. 반면에 석탄·석유·가스 인프라 투자에는 소홀했죠. 원자력 발전 생태계는 이념에 묻혀 허물어졌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원전 기술과 생태계를 신속히 복원해 제2의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연탄 재벌’로 불린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김 회장은 1995년 대성그룹 경영에 참여한 뒤 줄곧 에너지 분야에서만 한우물을 판 경영인이다. 김 회장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 국제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을 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전문가로 통한다.

김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봤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를 놓고 과장과 환상이 지나쳤다"며 "신재생에너지는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전력량이 불규칙해지는 이른바 '간헐성'이 문제가 상당하다"며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전기저장장치(ESS) 원자재인 코발트와 리튬은 콩고, 남미 등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국가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계가 뚜렷한 신재생 발전체계는 품질 좋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한국 산업계를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일 대성그룹은 서울 조선호텔에서 올해 5회째인 ‘2022 대성해강미생물포럼(DAESUNG HAEGANG MICROBES FORUM)’을 열었다. ‘연탄 재벌’로 불린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호(해강)를 딴 이 포럼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양자: 생명의 근원을 넘어 미래산업을 개척하다’ 는 주제로 열렸다. 양자생물학은 양자물리학 이론을 생물학에 결합해 그간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학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예컨대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양자 결맞음(quntum coherence)이라는 현상을 통해 입증했다. 식물이 태양광을 95%의 높은 효율로 생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양자생물학으로 입증한 것이다. 앞으로 이 이론은 광합성 원리를 활용해 태양광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량생산이나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아직은 신생분야이지만 양자생물학은 기존의 생물학 이론으로는 풀지 못했던 많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구감소 등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이 시점에 양자생물학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식량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성그룹은 대성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도시가스, 석유, 태양광, 풍력, 폐기물 자원화 사업 등 에너지 분야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에 1만~2만원 선에 움직인 대성홀딩스 주가는 현재는 8만~9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린 이 회사 주가 차트를 놓고 증권시장에서는 ‘천국의 계단’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회사 주가에 대해 "도시가스·에너지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며 "최근 경기와 맞물려 대성홀딩스를 경기 방어주로 인식하고 투자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