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반도체 수요감소, 가격 하락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주가 전망치 조정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20일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8000원에서 9만원으로 23.7% 하향했다. 전날 NH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6.67% 내렸다. 지난주에도 한화투자증권(-26.36%)과 케이프투자증권(-11.11%)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9월이 3분의 2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목표주가 하향리포트가 4개나 나온 셈이다. 이달들어 발행된 8개의 리포트 중 절반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불황론이 제기됐던 지난달에는 목표주가 하향리포트가 한개도 나오지 않았고, 지난 7월의 경우 발행된 리포트 10개중,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는 2개에 불과했다.
하반기 들어,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고 있는 증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감소세다. 지난달 말 WSTS(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규모는 5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만에 절반 수준이 된건 역대 가장 빠른 감소세다.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클라우드, PC/노트북, 핸드폰 등의 산업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급격히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로 인해 초과공급이 나타나고, 다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7%에서 8.2%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메모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로는 0.6%를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적어도 1~2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1.06% 내린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저가인 5만5500원 근처다. 이민희 BNK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화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주가 반등은 당분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과 별개로 삼성전자의 펜더멘탈은 여전히 튼튼하기에, 중장기를 바라본 적립식 저가매수 전략은 유효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PBR 1.1~1.2배 수준에서 수 개월에 걸쳐 저점 분할 매수하는 식의 접근이 유효해보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