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업에서 ‘공인구’로 인정받으려면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정한 까다로운 규격을 지켜야 한다. 직경은 42.67㎜를 넘으면 안 되고 무게는 45.93g 이하가 돼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다. 여기서 공 크기를 미세하게 줄이거나, 무게를 조금만 무겁게 해도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른바 ‘비거리 볼’로 불리는 비공인구들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2017년 출시해 ‘저가형 비거리 볼’로 유명해진 다이아윙스도 처음엔 비공인구 취급을 받았다. 최근 만난 정상화 다이아윙스 대표는 “우리 공을 치면 평소보다 멀리 나가니까 당연히 그렇게들 여겼다”고 했다. 형식상 한 개 제품에 대해서만 공인구 인증을 요구했던 정 대표가 최근 다이아윙스 전 제품에 대해 테스트 신청을 해 R&A 공인을 받은 이유다. 그는 “최근 R&A 공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층의 소비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다이아윙스 골프공은 정말 멀리 나갈까. 일단 골프 커뮤니티와 구매 후기 등을 보면 “그렇다”고 답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 골퍼는 “평소보다 10m 정도 멀리 나간다”고 적었다. “두 클럽이 더 나간다” “아이언도 한 클럽이나 더 날아가 그린을 넘어가는 샷을 했다”고 주장하는 후기도 있다. 다만 아예 비거리 증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사용자도 있다. 한 골퍼는 리뷰에 “원래 쓰던 골프공보다 멀리 나간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비거리 향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적은 골퍼도 있었다.
정 대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로 스윙 스피드가 시속 95마일(약 152㎞) 이하인 골퍼들이 쳤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도록 공을 만들었다”며 “재료 배합 기술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특허도 내지 않았다. 코카콜라가 특허를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골퍼들이 사용하면 비거리가 늘지만, 장타자가 치면 비거리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몸담았다. “골프는 취미였는데 파고들다 보니 ‘업’이 되어 버렸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서 아직도 그는 골프공 생산 과정에서 디자인부터 재료 배합까지 공이 제작되는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정 대표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들었기에 제품에는 확실한 자신이 있었지만 골프공 시장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고 했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필드에선 빛을 보지 못하던 다이아윙스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스크린골프장. 한 유저가 스크린골프장에서 우연히 다이아윙스를 사용해 봤는데, 비거리가 평소보다 두 클럽 가까이 나갔다고. 이후 이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스크린골프용 공’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후 인기가 필드로 옮겨왔다. 정 대표는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알려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추진했는데, 미국 쪽 반응이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의 골프공 신제품 카테고리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 테일러메이드 등 브랜드 공룡들과 맞서 싸워 얻어낸 결과다. 제품에 대한 평점 역시 평균 4.2가 넘고, 미국 현지 사용자 대부분이 “비거리가 늘었다”는 반응이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도 비거리 공의 수요는 있다고 봤다. 성인 남자 골퍼가 아니라 여성과 노인 등을 우리의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여전히 ‘저가형 골프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미국에선 개당 3달러(4170원)에도 잘 팔린다”며 “패키징 등을 업그레이드해 한국과 다른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결과”라고 말했다.
다이아윙스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조만간 호주와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