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영빈관 신축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탁 전 비서관은 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청와대를 무리해서 버리다 보니 용산에는 행사할 장소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버렸던 청와대로 다시 가기는 면구스러우니 용산과 가까운 곳에 그냥 하나 짓고 싶다'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폐쇄하지 않고 기존의 영빈관을 개, 보수해 국빈 행사에 어울리는 장소로 만들고, 여기에 숙소의 기능을 더하겠다면, 미력이나마 나라도 앞장서서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국의 영빈관은 두 개의 기능이 있다. 하나는 외빈들의 숙소 기능이고 하나는 의전 행사장으로서의 기능이다. 외빈 숙소 기능을 전 세계가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영빈관이 없는 나라에 타국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그 도시의 호텔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영빈관이 있는 나라에 방문했다고 해서 영빈관을 꼭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에 따라 방문국의 의사에 따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빈 숙소와 그에 따른 부속건물이 아닌데, 국가행사의 장소를 영빈관으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며 "빈관이라는 뜻이 원래 숙소를 의미하는 것이니 숙소가 없는 영빈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빈관은 외빈에게 숙소로 제공되는 곳이 아니라 행사의 장소"라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 영빈관은 이미 3년 전에 지적했듯이 숙소 기능이 없고 공간이 협소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변함은 없다. 하지만 재건축이 아니라 신축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미 존재하는 부지와 청와대의 현대사를 폐기하고, 편의를 위해 용산 어디에 그저 새 행사장을 짓겠다면, 누가 그것을 반길 수 있겠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 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들의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면서 예견되었던, 지겹도록 반복해서 경고했던 일들은 이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아무런 대안없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수립도, 설득의 기술도 없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쓴다. 돌아가시라. 청와대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같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신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은 갑자기 영부인이 영빈관 신축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특검을 외치고 있다"며 "결국 영부인과 특검을 연결시키려는 레토릭으로 세금을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신축 비용 878억원을 두고 시비를 걸었다. 나랏빚 1000조 시대를 만든 민주당이 세금 낭비를 운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