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로 또 뒤통수를 치네요." "유상증자 못 막으면 다 죽어요."
'골프장 재벌'로 통하는 신안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철강업체 휴스틸 주식토론방이 들끓고 있다. 시가총액이 2300억원가량인 이 회사가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한 결과다. 보유 지분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주주들 우려가 상당했다.
한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경영'으로 주주들과 갈등을 겪은 휴스틸은 최근 주가와 실적이 안정되면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또 뒤통수를 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상증자로 이 회사 주가는 일주일 새 반토막이 났다.
휴스틸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9시 15분 현재 0.35%(20원) 떨어진 5770원에 거래 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에는 19.1%(1370원)나 하락했다. 지난 9월 13일에 장중 9020원을 찍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찍은 이 회사 주가는 그 직후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일주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유상증자다. 휴스틸은 오는 12월 13일 89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의 43.3%에 달하는 1700만주에 달했다. 신주발행가격은 25% 할인율을 적용한 5280원으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조달한 자금으로 해상풍력발전 시설에 들어가는 대구경 파이프 설비를 구축하는 데 쓸 계획이다.
하지만 회사가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당순이익(EPS)을 비롯한 주식 한 주당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주 발행량이 기존 주식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주주 가치가 큰 폭 훼손될 수밖에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회사의 '럭비공 경영'이 재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스틸은 신안그룹의 리조트 업체 인수합병(M&A)에 동원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휴스틸은 2011년 신안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 손잡고 신안종합리조트(웰리힐리파크) 지분 25.8%를 160억원에 사들인 전력이 있다.
2017년 7월에는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한 직원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했다는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휴스틸은 올 상반기에 매출 4381억원, 영업이익 985억원을 올리는 등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내면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송유관과 배관용 파이프(강관) 생산능력은 2위 업체로서 호평받았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럭비공 상장사'라는 비판이 재차 나오고 있다.
휴스틸은 이번 투자로 대구경 강관(외경24인치 초과) 생산 설비를 확보해 성장여력을 끌어올리 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 "유상증자는 군산공장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자본시장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정상적 경영활동"이라며 "이번 투자로 해상풍력과 대구경 송규관 시장의 진입으로 회사의 성장과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