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며 첨단기술 유출 방지책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더 철저하게 심사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 기업의 국외 투자도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등 적성 국가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손에 넣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글로벌 신기술 서밋’에서 “중국 등 경쟁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 우위를 지키는 건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출 통제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경쟁국의 기술 역량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투자가 (통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간 중요한 기술로는 △반도체, 양자정보 시스템,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연산 기술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청정에너지 등을 꼽았다.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과학기술 생태계에 투자하고 스템(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재를 양성하며 동맹과의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전략 원칙도 발표했다.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급망과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날 나왔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핵심 공급망, 첨단 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보안, 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 등 다섯 가지 요소를 고려해 외국인 투자를 검토하도록 하는 지침을 담았다.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전엔 수출 통제를 적용할 때 경쟁국보다 두어 세대 앞선 기술을 보유하면 된다는 접근법을 취했지만 이젠 가능한 한 큰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동맹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 인도 한국 일본 등과의 기술 협력을 위해 고위급 인사 간 양자 협의를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