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i>
9월 13~16일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덴티움입니다. 덴티움은 국내 2위 임플란트 업체입니다.
덴티움은 이번주 첫 거래일인 13일 4.71% 올랐고 15일에는 7.7% 상승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인 와중에 상승세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지난주 8만9200원에 장을 마쳤던 덴티움 주가는 이번주 9만68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장중 최고점인 10만700원(2022년 8월 10일)에 다가섰습니다. 시가총액도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달 초 대비 11%, 연초 대비로는 34% 급등했습니다. 제약·바이오 업종이 '혹한기'를 지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덴티움의 주가 상승세가 돋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신약 개발 바이오 종목 주가가 부진할 때는 '실적주'를 찾으라는 얘길 많이 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바이오벤처보다 실제 공장이 돌아가고, 제품이 나와 매출이 발생하는 의료기기 회사들이 더 부각돼서입니다.
덴티움도 실적이 나오는 대표적인 의료기기 회사 중 하나입니다. 덴티움은 지난해 매출 2915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냈습니다.
덴티움 주가가 이달 초부터 강세를 보인 건 중국 물량기반조달(VBP·Volume-based procurement) 제도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사실 덴티움 뿐만 아니라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도 이달 초 저점을 찍고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임플란트 업체인 디오는 인수합병(M&A) 무산 소식에 주가가 미끄려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임플란트 업계는 중국의 VBP 제도를 잠재적인 악재로 인식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VBP 제도가 임플란트 종목에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묶였던 주가가 급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VBP 제도는 중국 정부가 가격을 대폭 인하해 의약품을 대량 구매하는 제도입니다. 고가의 의약품을 대량 구매해 환자 부담을 낮추는 목적의 제도입니다.
지금까지 줄곧 고가 의약품이 대상이었고, 점차 대상이 확대되다가 이번에 임플란트까지 포함이 된 겁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입찰 경쟁을 통한 중국 정부의 의약품 대량 구매가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악재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VBP 적용으로 중국 시장에서 이익률이 급격히 악화한 글로벌 제약사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큰 한국 임플란트 업체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덴티움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지난해 57.7%나 됐습니다.
얼마나 '가격 후려치기'가 심하길래 그럴까요. 투자업계에선 "가격 할인폭이 10~20% 정도가 아니라 70~90%"(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원)라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VBP는 한국 임플란트 업체들에 악재가 아니라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투자업계 평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중국 임플란트 정책, 팩트와 정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페이지짜리 보고서의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국내 임플란트 업체들의 VBP 입찰 시 할인율은 20~30%로 전망. 이는 VBP 이전 영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할인율에 비하면 양호. 오히려 지금까지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온 외국 경쟁사가 더 큰 폭으로 가격 인하할 필요. 결국 한국 업체들의 수혜 예상"
외국 경쟁사는 세계 1위 임플란트 업체인 독일 스트라우만을 의미합니다. 워낙 고가로 제품을 취급하다보니 VBP 제도가 시행하면 큰 폭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신한금융투자도 국내 임플란트 업체들의 공급 가격이 스트라우만 등 글로벌 회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VBP 시행에도 국내 덴탈 기업 성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