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총회에서 만나는 한·일 정상, 관계 정상화 시급하다

입력 2022-09-16 17:47
수정 2022-09-17 08:29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다음주 정상회담을 한다. 2019년 말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중국에서 회동한 이후 2년9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이다. 한국 정치권의 ‘반일 장사’와 일본의 감정적 대응이 맞물리며 문재인 정부에서 파탄지경을 맞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기회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조우해 윤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생각’을, 기시다 총리는 ‘건강한 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원론적인 공감을 넘어 구체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어제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밝힌 것처럼 세계는 ‘분수령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은 핵 개발을 넘어 대남 핵 사용을 노골적으로 위협 중이다.

한국 좌파 일각에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일본은 세계 자유민주국가 연대의 핵심축이다. 미국도 유럽연합(EU)도 우리의 대일본 관계 설정을 주목하고 있다. 양국 관계 정상화야말로 북핵 해결과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어렵게 잡힌 양자회담에서 두 정상이 풀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과거사 문제가 꼬일 대로 꼬인 데다 국내 여론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런 때일수록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징용공과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은 두 나라가 맺은 한·일 협정과 합의를 존중하고, 일본은 사죄와 배상 문제에 보다 성의 있고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회담 성공의 핵심은 늘 과잉 대표되는 반대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의 종속변수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서 한국인의 81%, 일본인의 53%가 양국 관계 개선에 찬성했다. 한·일 간 우호 회복은 윤 정부가 천명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과제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한국 총선,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등 민감한 정치 일정이 돌아간다. 올해 밑돌을 깔고 내년에 관계를 정상화하는 타임 스케줄이 두 나라의 ‘잃어버린 10년’을 예방할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