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키워드는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감독 윤종빈)'이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호성적을 거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수리남 정부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공작', '돈'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물 도전작이자,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배우 하정우의 복귀작이다. 제작비는 무려 35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만큼 공개 전부터 '수리남'이 이름값, 돈값을 할 수 있을지 업계와 대중 모두의 지대한 관심이 쏟아졌던 바다.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수리남'이었다. 작품은 공개 닷새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톱 3위에 올라서며 무서운 기세로 정상을 향하고 있다.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쥐고 가는 스토리, 배우들의 명연기, 실화를 드라마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윤 감독의 연출력 등이 호평을 얻고 있다.
'수리남'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조봉행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실화 속 인물인 조봉행 씨의 근황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던 바다. 물론 윤 감독은 극적인 요소를 위해 일부 설정과 스토리를 변형, 작품과 실화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조씨는 수리남에서 선박 냉동 기사로 일했던 반면, 극 중 전요환(황정민 분)은 사이비 목사로 설정됐다. 또 실제 조씨와 민간인 K는 같은 집에 살았지만, 윤 감독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남미 최대 마약 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는가 하면 수리남 정부 고위층 및 군, 경찰과도 두터운 친분을 맺으며 수리남의 거물 마약왕이 됐다는 점은 동일하게 그려졌다. 국제 공조수사로 체포된 조씨가 국내로 압송돼 10년 형을 받았다는 점도 같다. 조씨는 만기 출소 후 수리남으로 다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수리남 정부의 반발이었다. 수리남 외교장관은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표현해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리남'의 영문 제목은 국가명이 아닌, '나르코스-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성자)'다. 우리나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수리남 정부 측은 드라마 제작 계획이 공표되고 투자자를 모으고 나서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한다. 이에 '수리남'의 영문 제목은 '나르코스-세인츠'가 됐다.
드라마의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는 중심 배경이자 소재가 수리남이기에 일부만 들어내거나 수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윤 감독은 가상 국가가 아닌 실존 지역을 배경으로 쓴 것과 관련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굳이 가상국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아직 넷플릭스 및 제작사인 영화사 월광, 퍼펙트스톰필름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 가운데 중국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극 중 중국인인 첸진(장첸 분)이 마약 거래는 물론 살인까지 일삼는 안하무인 캐릭터로 설정된 것에 대한 불평이다.
'수리남' 리뷰 페이지에서 "왜 한국 드라마를 우리를 밟고 싶어 하느냐", "드라마 초반까지 모든 나쁜 일은 차이나타운에서 일어난다",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처럼 묘사된다" 등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임에도 불법적인 경로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도둑 시청'이 만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리남'은 무려 2만건이 넘는 리뷰를 토대로 평점 7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미스터 션샤인'(9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9점), '나의 해방일지'(9.1), '응답하라 1988'(9.7점)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