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 강조했는데…野 지지 철회하는 서민들, 왜?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2-09-18 14:00
수정 2022-09-18 16:49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석 연휴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회복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특히 자신의 생활수준이 상위권이거나 하위권이라고 밝힌 응답자 사이에서 크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생활 수준 중위권 지지율 반등은 주춤해 민생 위기가 중산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8일 당 대표가 된 이후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언급은 자제하면서 '민생'을 외쳤으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생활 수준이 낮을수록 민주당 지지율 낙폭이 큰 가운데, 이 대표 취임 후 지난 3주간 생활 수준 '하' 지지율 철회가 가장 높아 서민층이 가장 많이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을 국민의힘과 무당층이 흡수하고 있다. 尹, 지지율 반등…생활 수준 '중'서 주춤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전 조사 대비 6%포인트 오른 33%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이전 조사 대비 4%포인트 내린 59%였다. '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5% 등으로 조사됐다.

긍정 평가가 30%대로 올라선 것은 8주 만의 일이다. 부정 평가는 9주 만에 50%대로 내려갔다.

이렇게 추석 연휴를 끝으로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였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 고조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내부 갈등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던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에 반등 조짐이 포착된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38%로 이전 조사 대비 2%포인트 올랐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이 전 대표와의 지속된 갈등 양상은 지지율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고조되는 민생 위기가 최근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이전 조사에서 3위로 꼽혔던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이 최근에 1위로 꼽힌 것이다. 그 비율도 이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증가한 11%로 나타났다.

특히 중산층의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생활 수준별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상/중상' 혹은 '하'라고 답한 응답자의 지표는 크게 개선됐으나 '중'이라는 응답자의 지지율 회복세가 다소 주춤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응답자의 생활 수준을 '상·중상·중·중하·하' 등 5단계로 나누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주간 여론조사 발표 시 표본 상의 이유로 상과 중상은 합산한다. 생활 수준 데이터는 응답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소득이나 자산 등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경제적 배경에 따른 지지율 추이를 파악하기에는 유용한 지표로 꼽힌다.



'상/중상'의 경우 이전 조사 대비 긍정률은 13%포인트 오르고 부정률은 11%포인트 빠졌다. '하'의 긍정률은 15%포인트 오르고 부정률은 12%포인트 감소했다. '중하'의 긍정률도 1%포인트 오르는 동안 부정률은 4%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여당에는 청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생활 수준 '중'의 긍정률과 부정률이 각각 2%포인트 올라 이주 유일하게 부정률이 오른 계층이 됐다. 긍정률이 소폭 개선세이긴 하나 부정률이 3주 전과 같아졌다. 최근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현상에 유독 중산층이 허덕이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민생 강조' 행보에도
서민일수록 野 지지 철회
이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이전 조사 대비 2%포인트 오른 38%,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하며 양당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으로 민주당을 앞선 것은 지난 7월 3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민생 심판은 정부 여당보다 민주당에 더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전 생활 수준별로 떨어진 가운데, 생활 수준이 낮을수록 민주당 지지 철회율이 높았다. 민주당에 대한 생활 수준 '상/중상'의 지지는 전 조사 대비 1%포인트 떨어지고, '중' 2%포인트, '중하'와 '하' 각각 4%포인트 떨어져 모두 하락했다. 이로써 '중하'를 제외한 모든 생활 수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고 있다.

이 대표 취임 후인 지난 3주간 동향을 보면 서민층에 해당하는 생활 수준 '하' 낙폭이 가장 컸다. 이 대표 취임 후 3주간 '하' 10%포인트, '상/중상' 9%포인트, '중' 3%포인트, '중하' 1%포인트, 순으로 각각 민주당에서 지지율이 빠졌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 언급을 아끼는 대신 민생을 강조해왔으나 지지율에는 효능이 전혀 없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에서 민생 위기에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경제 위기에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무당층으로 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전체 지지율은 전 조사 대비 2%포인트 올라 38%를 기록하면서 민주당과의 격차를 종전 2%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벌렸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7%포인트 격차 이상으로 따돌린 것은 지난 7월 1주차 때 이후로 처음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이 민생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보다 더 큰 우려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있다고 여론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대중 입장에선 민생을 강조할수록 사법 리스크를 지우려 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